'2004년 쓰나미로 배를 잃은 스리랑카의 어부들에게 휴대폰을 지원했더니 어부들의 수익이 30% 증가했다. 휴대폰으로 가격 정보를 얻어서 효율적인 매매를 했기 때문이다.'(삼성 기조연설에서 IT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삼성의 기조 연설은 프로세싱,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부품의 발전과 그에 따른 미래 기기 및 미래 생활의 변화 모습을 그리며 매우 흥미롭게 진행됐다. 교육 및 사회 공헌을 얘기하던 삼성 기조 연설의 마지막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장식했다.
프로젝터에서 뿌려지는 입체적인 무대와 곧 다가올 미래 모습을 그려보는 발표, 그리고 기술 발전 및 사회 공헌을 역설하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까지, 퀄컴의 이틀 전 기조 연설과 마찬가지로 그야말로 멋있는 작품이다. 이제는 기술을 말할 때에도 스토리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퀄컴과 삼성의 기조 연설, 그 속의 스마트폰
퀄컴과 삼성의 기조 연설은 CES 및 전체 가전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융합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이끌어 가는 퀄컴과 스마트폰 시장 및 가전 시장을 이끌어 가는 삼성의 위상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퀄컴과 삼성은 기존의 사업의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면서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의 기조 연설에서는 프로세싱,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부품의 발전과 그에 따른 변화 및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슈를 다뤘다. 삼성의 차세대 스마트폰 프로세서 엑시노스 5 OCTA에 대한 발표 및 시연, 하드 디스크를 대체하는 SSD 등 저전력 고효율 메모리에 대한 발표, 안드로이드 탑재 디지털 카메라의 시연, 휘는 디스플레이 및 곡면 디스플레이의 기기 적용 및 서비스 예에 대한 시연 등이 MS, HP, EA 등 여러 관련 회사의 발표와 어우러졌다.
퀄컴의 기조 연설에서는 다양한 윈도폰, 5세대 Wi-Fi Vive (802.11 ac), 증강 현실 기술 Vuforia, BMW/아우디 등에 장착되는 차량 네트워크 관련 기술, 전기자동차 무선 충전 기술 헤일로(Halo)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이와 더불어 퀄컴의 차세대 스마트폰 프로세서인 스냅 드래곤 800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시연이 있었다. 스마트폰 칩셋을 뛰어 넘어서 응용 소프트웨어, 차량 관련 기술 등 융합 분야에의 파급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개별 업체 전시장, 그 속의 스마트폰
CES 스마트폰 전시를 주도하던 모토롤라는 피인수된 구글이 CEA 소속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올해부터 CES에 참가하지 않았다. 모토콜라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불참으로 올 CES에서 미국 스마트폰 업체의 전시는 없는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서 올해 CES에서는 스마트폰 관련 볼거리와 이슈가 더욱 많아진 게 사실이다.
- 퀄컴, 인텔, 엔비디아 등의 칩셋 업체
칩셋 업체의 기술력이 증가하고 안드로이드 등 오픈 소스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칩셋 업체의 완성폰에 대한 기술적 완성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퀄컴 입장에서는 관련 소프트웨어, 관련 하드웨어, 관련 융합 기술 등 미래 먹거리와 시장 주도를 위한 투자로써 나타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스마트폰 후발 주자인 인텔과 점유율이 낮은 엔비디아는 단말제조사가 자사의 칩셋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레퍼런스 폰들을 만들고, 많은 관련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결국, 이들 업체가 데모에 사용하거나 단말 업체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만든 레퍼런스 폰들은 거의 완성폰에 가까운 상황이다.
업체간 영역 장벽이 사라지는 단적인 예인 동시에, 향후 칩셋업체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시장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퀄컴의 스마트폰 관련 기술 중에서는 증강 현실 기술 뷰포리아, 상황 인식 기술 김블 등의 서비스 관련 기술도 눈에 띈다. 그리고 스냅 드래곤 800에 대해서는 H.265 코덱과 H. 264 코덱의 성능 비교, 울트라 HD 동영상 촬영 및 재생, HD 멀티 채널 오디오, LTE Broadcast 기술 등을 선보였다.
인텔의 전시에서는 인텔칩 장착 스마트폰들이 전시됐다. 작년 MWC에서 전시되었던 오렌지 산타 클라라를 비롯하여 7개 정도의 모델을 출시했다는 것이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기가바이트, 모토롤라, 레노보 등 제조사의 수도 늘어 났다. 눈에 띄는 것은 인텔이 자체 제작한 레퍼런스 폰으로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인텔의 전시에 윈도우 8 탑재 태블릿은 전시되어 있지만, 윈도우폰이 없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퀄컴의 기조연설에서 여러 윈도우 폰이 등장한 것과도 대비된다.
엔비디아 프로세서들은 중국과 일본 제품들을 중심으로 탑재되고 있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다. 또한 작년에도 선보였던 텔레매틱스 기기는 엔비디아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차량에 탑재돼 전시됐다.
- 중국 업체 관련 동향
올해 CES에서 중국 업체들의 신제품 발표는 스마트폰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저가폰으로 상징되던 중국폰들이 고가폰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와 ZTE의 폰들을 사용해 본 바로는 아직 멀티미디어 처리, 화면 이동 등 여러 측면에서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이 보인다. 그러나, 중국 업체의 성장세가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ZTE의 시장 점유율이 좀 더 높기는 하지만, 향후 고가폰 경쟁에 있어서는 화웨이가 한국 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는 삼성을 벤치 마킹하여 하이 실리콘을 세우고 반도체와 기기를 동시에 성장시켜 왔다. 하이 실리콘을 통한 프로세서와 네트워크 칩의 공급은 화웨이의 가격과 기술 경쟁력 모두를 크게 상승시키고 있다. 게다가, 똑같은 퀄컴 프로세서라도, 상대적으로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에 비해서 매우 싼 가격에 공급받는 상황도 가격면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아이폰의 강점은 대량 구매를 통해서 싼 가격에 부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데에도 있다. 아이폰 3와 아이폰 4의 부품 총액은 비슷한 사양의 안드로이드 폰에 비해서 100달러 정도 싼 것으로 추정된다. 거의 모든 부품의 자체 조달이 가능한 삼성이 애플과 경쟁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화웨이의 성장이 점쳐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D(Diamond), P(Platinum), G(Gold), Y(Youth)의 4등급으로 폰의 사양을 분류하고 있다. 중급 정도인 Ascend P1이 현재 아마존에서 449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참고로 삼성 갤럭시 S3와 갤럭시 노트2의 아마존 가격은 각각 604 달러, 699 달러이니까 화웨이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타 동향들
지난 주에 영국의 캐노니컬 사는 리눅스를 활용한 ‘Ubuntu for Phone’을 발표하였다. 캐노니컬 사는 두 개의 실행 모델을 제시하였는 데 ‘Ubuntu for Phone’는 우분투 자체로 폰을 실행시키는 모델이고 ‘Ubuntu for Android’는 랩탑에서는 우분투를, 폰에서는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실행시키는 모델이다.
'Ubuntu for Android'에서는 스마트폰을 모니터과 연결하여, 모니터에서는 우분투로 동작시킨 PC화면을 보여주고,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안드로이드로 실행시킨 화면을 보여주는 일종의 멀티스크린 모델을 보여줬다.
캐노니컬의 엔지니어는 향후 우분투폰이 안드로이드, 파이어 폭스 OS등과 경쟁하게 되겠지만, 실행 속도면에서 더 빠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많이 쓰이는 QNX (실시간 운영 체제)를 만드는 QNX 사는 HTML5 기반 차량 내 앱 플랫폼을 소개해 주었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 내비게이션에 안드로이드 적용 등의 흐름 속에서도 자동차 관련 입지를 굳건히 하는 모습이다. 차량 내 앱 플랫폼은 아직 방향 설정이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미래 지향적으로 HTML5를 고려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선두 업체와 기타 업체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
승자독식이 심해지는 시장 상황 속에서, 선두업체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업체들의 다양한 노력들이 계속된다. 완성폰급의 레퍼런스 폰을 만들어가는 칩셋업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단말업체, 그리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으로 양분되는 시장흐름을 바꾸기 위한 여러 OS/플랫폼 등.
애플과 모토롤라가 없는 CES의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LG 등의 한국 업체가 앞서가고 중국 업체가 추격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업체들의 칩셋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변화 주도 노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더욱 경쟁이 치열해져 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은 작년 한 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2013년 새해에도 국내 스마트폰 관련 업체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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