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에 대해 설 특별사면을 단행한 것은 새로 출범할 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비리 혐의로 실형을 받은 대통령 측근들의 특별사면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역풍'을 이 대통령과 정치적 기반이 같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함께 떠안게 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애초 설 특별사면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부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9일 "청와대가 당선인과 그 문제로 의견을 나눈 바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대'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공개적으로 두 차례의 '경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임기 말 특별사면 관행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며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사면 직전인 28일에는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당선인은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임기말 특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계시다"며 "만약 사면이 감행된다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고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까지 언급했다.
박 당선인이 이처럼 분명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음에도 특별사면은 현실화됐다. 박 당선인 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박 당선인은 친인척과 측근, 재벌 총수 등의 비리와 중대 범죄 등에 대해 특별사면을 제한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이 보인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온 만큼, 관련 공약에 힘을 실으면서 자신의 진정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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