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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비상경영체제' 돌입…'투자' 멈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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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비상회의서 "대규모 투자계획 중단"…'김창근 리더십' 시험대

[정기수기자] 총수를 잃은 SK그룹이 경영공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특히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인수작업과 글로벌 성장동력 육성 등 대규모 투자계획은 최태원(사진) 회장이 주도해 온 만큼,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해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문덕규 SK E&S 사장,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 유정준 G&G 추진단장, 박정석 SKC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석했다.

1시간여 정도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SK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각 계열사별 현안 점검과 최 회장 부재에 따른 리스크 관리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날 CEO들은 각 계열사별로 추진해 온 사업은 예정대로 마무리하되, 신규 사업은 가급적 중단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SK 관계자는 "STX팬오션 등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는 사업에는 참여치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SK는 지난달 사업 확장을 위해 모건스탠리 등 STX팬오션 매각 주관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인수전 참여를 검토해 왔었다.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해외 석유 및 가스 개발업체 인수 작업과 브라질 등 해외광구 개발도 보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 확대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SK그룹은 지난해 초 SK하이닉스 인수 후 시설투자 규모를 늘리고 이탈리아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회사 아이디어플래시, 미국 낸드플래시 컨트롤러업체 LAMD 등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최 회장의 구속으로 SK가 자칫 투자와 성장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특히 아직까지 올해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SK가 이번 최 회장 구속사태로 원활한 투자계획 수립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아 전날 법정구속된 최 회장을 만나,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부재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한 SK는 밖으로는 주주 및 해외사업 파트너들에게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안으로는 구성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전날 김 의장은 최 회장의 구속과 관련, 그룹 임직원들에게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회사와 최고경영진을 믿음으로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외부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각사는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본연의 경영활동을 통해 고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소명을 다해 나갈 것"이라면서 "구성원 여러분도 저마다 소임과 직분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SK 측은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창근 의장과 최재원 수석 부회장, 이사회 등을 중심으로 최 회장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계열사별 자율·책임 경영을 골자로 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이미 가동된 상태인 만큼, 당장 그룹 경영에 미칠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SK 측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아무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최 회장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경영계획이 추진될 것"이라며 "따로 또 같이 3.0이 실행되면서 총수 권한을 각 계열사 CEO에게 이양한 만큼, 최 회장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지난해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김창근 부회장을 선임하고 올해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골자로 하는 '따로 또 같이 3.0' 경영체제를 도입하는 등 최 회장의 이탈이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 18일 최 회장의 뒤를 이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올랐다. 최 회장의 구속으로 김 의장이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이끌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최 회장 부재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

다만 새 경영체제가 아직 검증을 마치지 않은 만큼, 김 의장의 리더십이 더 중요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과 새롭게 도입된 경영체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그룹의 의사결정 구조를 김 의장 체제로 빠르게 정립하고, 이를 어떤 식으로든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김 의장의 그룹 회장 승진설도 재계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이 그룹 인사권도 내려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주 예정된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인사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5개 위원회의 인사도 단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SK 계열사인 SK플래닛과 SK마케팅앤컴퍼니는 총수 부재에도 계열사 자율 경영에 따라 합병을 완료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신임 대표이사로 이한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내정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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