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쌍용자동차가 2년 반 동안 1천800여억원을 투자한 다목적 레저차량(MLV) '코란도 투리스모'가 베일을 벗었다. 출시 전부터 기아자동차의 '카니발', 한국GM의 '올란도'와 시장을 다툴 대항마로 많은 관심을 받아온 차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11인승 MLV를 표방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스타일과 세단의 안락함, 다목적차량(MPV)의 활용성을 겸비한 다목적·다인승 차량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확 바뀐 디자인이다. 만족스러운 성능에 비해 '못난' 외모 때문에 외면받았던 '로디우스'의 실패를 교훈삼아 외관을 대폭 개선했다.
지난 5일 진행된 시승행사에 참가한 대다수 기자들 역시 코란도 투리스모의 디자인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부리부리한 후드램프와 3선 라디에이터 그릴로 이어지는 전면부는 강인한 인상을 준다. 눈길이나 빗길 쯤은 거칠 것 없다는 듯 험로를 뚫고 달리는 탐험가의 면모를 연상케 한다.
편의성에 신경 쓴 흔적도 엿보인다. 카니발 등 경쟁 차종이 문을 뒤로 밀어 열어 젖히는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한 것과 달리, 코란도 투리스모는 SUV처럼 앞으로 당겨 여는 스윙 도어를 채택했다.
이날 코란도 투리스모의 시승은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리조트를 오가는 왕복 150여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최고 트림인 RT 4WD 모델이었다.
일단 문을 열자 4열 시트까지 탑승 가능한 넓은 실내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1열에 3개씩 붙어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도 더 넓은 느낌이었다. 2·3·4열을 모두 접을 경우 3천240리터에 달하는 적재공간도 확보된다.
다만 운전석과 조수석, 2열을 제외하고 다른 좌석에 모두 성인이 앉기에는 다소 버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3열부터는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지 않으면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크기는 그대로인데 11인승에 맞추다보니 생긴 문제다.
시내를 빠져나와 경춘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강력한 엔진의 힘이 느껴졌다.
최고출력 155마력에 최대 토크 36.7㎏·m의 2.0리터 e-XDi200 LET(Low-end Torque) 엔진이 지닌 순발력은 중저속 구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금새 시속 100km를 넘어 160km까지 치고 올라갔다.
고속 주행에서도 정숙한 실내 역시 만족스러웠다. 디젤 엔진 특유의 떨림이나 소음은 물론,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에서도 풍음이나 부밍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진가는 험로에서 발휘됐다. 전날 내린 폭설로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오르막에서도 4륜구동 모드로 전환하자 거침없이 길을 올랐다. 눈의 양에 따라 4L과 4H로 구동방식을 바꿔가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유난히 곡선 구간이 많은 경춘고속도로 구간이었지만, 높은 차고 때문에 우려됐던 커브길 쏠림도 없어 탁월한 코너링이 가능했다.
다만 가벼운 느낌이 드는 스티어링휠은 운전 숙련도에 따라 고속 주행시 다소 불안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관광·여행을 뜻하는 '투리스모(Turismo)'를 차명으로 채용한 만큼, 넉넉한 실내를 즐기며 가족과 함께 안락한 승차감으로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차다. 불현듯 닥치게 되는 험로 주행에도 걱정이 없다.
게다가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이 차량이 갖춘 '착한 가격'이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판매 가격은 ▲LT 2천480만원~2천854만원 ▲GT 2천948만원~3천118만원 ▲RT 3천394만원~3천564만원이다.
승합차로 인정받아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되고 연간 자동차세가 6만5천원에 불과해 경제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6인 이상 승차하면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도 달릴 수 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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