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10억 달러에 이르렀던 삼성의 배상금이 일단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갤럭시 프리베일을 비롯한 14개 삼성 제품을 놓고 또 다시 재판을 벌이게 돼 최종 배상액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와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1일(현지 시간) 지난 해 8월 배심원들이 삼성에 부과한 10억5천만 달러 배상금 중 4억5천만 달러에 대해 경감 명령을 내렸다.
루시 고 판사는 4억5천만 달러 부분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면서 다시 재판을 연 뒤 정확한 배상액을 산정하라고 판결했다. 추가 재판은 삼성과 애플 간의 항소심 과정이 끝난 뒤 열리게 된다.
◆"로열티 40% 일괄 적용 문제 있다"
지난 해 8월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배심원들은 삼성에 10억5천만 달러 배상금을 부과했다. 애플의 디자인 및 실용 특허권을 '고의로' 침해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삼성은 이후 심리불복과정에서 배심원들이 어떤 법률적 근거로 도출했는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애플은 배심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배상액을 산정했는지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전체 액수를 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루시 고 판사는 삼성 쪽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28개 삼성 제품에 대해 애플이 요구한 로열티의 40%를 일괄 적용한 부분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 이 부분은 실용 특허 위반에 대해선 특허침해자의 수익을 배상액의 기준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 평결 지침'과 상치된다는 것이 루시 고 판사의 설명이다.
루시 고 판사는 갤럭시 프리베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배심원들은 갤럭시 프리베일에 대해 약 5천800만달러 가량의 배상금을 매겼다. 이는 애플이 추산한 삼성 수익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는 또 애플이 삼성에 특허 침해 사실을 고지한 날짜를 기준으로 배상금을 산정한 부분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처음 삼성에 특허 침해 사실을 고지한 2010년엔 러버밴딩 특허권만 유효한 상태였다는 게 그 이유다.
루시 고 판사는 이런 여러 근거를 들어 지난 해 8월 배심원들이 산정한 배상액 중 4억5천만 달러는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배상액에 문제가 있을 경우 판사들은 ▲새로운 재판을 명령하거나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배상액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루시 고 판사는 "(배심원들의 평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는 것(second guess)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정확한 배상액 산정을 위한 새로운 재판을 열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선고 전 이자도 삼성 주장 받아들여
이날 판결에선 애플이 요구한 추가 배상액 부분도 함께 거론됐다. 애플은 재판 시작 때부터 최종 판결 때까지 피해 부분과 선고전 이자 등을 감안해 추가 배상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선고 전 이자는 소송이 제기된 때부터 판결이 내려진 시점까지 애플이 입은 손해액을 의미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삼성과 애플은 팽팽하게 맞섰다.
애플은 '프라임 레이트(prime rate)'를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삼성은 52주 TB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B금리란 미국 재무부 등이 발행하는 증권의 시장 할인율을 의미한다. 3월 1일 기준으로 TB금리는 0.16% 수준이다.
루시 고 판사는 선고 전 이자 역시 삼성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 선고 전 이자는 배상액 산정을 위한 재판이 모두 끝난 뒤에 적용하게 된다. 이와 함께 1억5천500만 달러를 추가 배상해달라는 애플의 요구 역시 기각됐다.
이에 따라 삼성이 애플에 물어야 할 배상금은 일단 5억9천800만 달러 수준으로 정리됐다. 나머지 배상금은 추가 재판을 통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물론 이론적으론 지난 해 8월 배심원들이 부과한 10억5천만 달러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가 실용 특허 부분에 대한 배상 기준 적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상황인만큼 배상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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