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올해 국내 30대 그룹이 총 149조원을 투자하고, 12만8천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7%, 1.5% 늘어난 수준이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국내 30대 그룹 사장단은 4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올해 투자 및 채용 계획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성장둔화에 따른 경기불안감 고조에 대응해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공동 노력을 결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날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올해 민생경제 회복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추경 편성 등 경기 정상화 대책과 함께 부동산시장 정상화, 체감물가 안정, 서민금융 확충 등 시급한 민생문제에 조속히 대응할 계획"이라며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선도형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생태계 구축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의 선도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정부는 기업의 계획된 투자가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철폐하고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대기업도 동반성장 문화 확산, 사회적 책임 이행 등 건전한 기업생태계 조성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30대 그룹 사장단은 전년 대비 각각 7.7%, 1.5% 증가한 148조8천억원의 투자와 12만8천명의 채용 계획을 밝혔다.
총 투자 148조8천억원 중 경기 진작효과가 높은 설비투자는 91조1천억원,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R&D(연구개발) 투자는 29조4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6%, 13.8% 증가한 규모다.
나머지 28조3천억원은 지분(M&A)투자와 해외투자 등에 사용된다.
12만8천명의 신규인력 채용 중 고졸 채용도 전년 대비 9.4% 증가한 4만7천명으로 계획됐다. 이는 학벌보다 능력이 존중받는 채용문화 정착에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0대 그룹의 주요 대규모 투자프로젝트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신차 R&D 확대 및 양산 촉진(자동차) ▲차세대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라인 증설(반도체) ▲OLED TV 패널라인 투자(디스플레이) ▲LTE망 구축 및 퀄리티 개선(통신) ▲고부가 석화제품 생산 위한 시설 전환(석유화학) ▲파이넥스 라인 확대(철강) 등이다.
이날 30대 그룹 사장단은 투자·고용계획의 책임감 있는 집행을 약속하고, 관련 애로 해소를 위한 입지 등 규제 완화, 세제·금융·인력 지원 확대 등을 건의했으며 산업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산업부는 향후 경제단체, 30대 그룹과 '민관합동 투자·고용협의회'를 구성해 기업 투자·고용 동향을 점검하고 투자프로젝트별 애로 요인과 기타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할 방침이다. 협의회는 분기별로 1회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 장관을 비롯해 김종중 삼성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김영태 SK 사장, 조석제 LG 사장, 채정병 롯데 사장 등 국내 주요 30대 그룹의 기획·총괄 사장단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30대 그룹은 산업부에 올해 투자 및 채용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예년과 달리 국내 상당수 대기업들의 경우 올해 투자 규모를 결정하지 못해 의구심을 낳아왔다. 특히 국내 4대 그룹 중 현재까지 올해 투자계획을 발표한 곳은 SK그룹과 LG그룹 뿐이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투자계획 발표가 늦춰지고 있는 것은 새정부의 정책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산업부의 출범과 함께 이뤄지는 이번 간담회에서 투자 규모가 가늠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아직 올해 투자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 앞서 지난해 투자 규모인 47조8천억원 수준에서 2.5% 늘어난 49조원 수준의 투자계획을 산업부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 2만6천여명보다 1천명가량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자동차 부문 투자만 확정짓고 그룹 전체 투자·채용 규모를 결정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자동차부문에 10조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총 투자액은 14조1천억원으로 이중 자동차 부문은 9조5천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총 투자액은 14~15조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채용도 지난해보다 200여명 늘어난 7천700명을 계획 중이다.
SK그룹은 올해 총 투자 규모 16조6천억원을 투자할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실제 투자실적인 15조1천억원보다 10%가량 증가한 규모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7천500여명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투자는 그룹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반도체 사업 시설 투자뿐 아니라 R&D 및 해외 자원개발 투자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사상 최대규모인 20조원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그룹은 올해 초 일찌감치 2013년 주요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지난해 투자실적 추정치인 16조8천억원보다 3조2천억원(19.1%) 늘어난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설 부문에 14조원, 연구개발(R&D) 부문에 6조원 등이 투입된다. 채용 규모는 1만5천명 이상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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