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때문에…삼성전자 영업익 최고 행진 '제동'

[박영례기자] 삼성전자가 6분기 연속 기대했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1분기 영업익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분기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 8조8천4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한 것.

비수기 등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애플과의 소송에 따른 대손 충당금 반영이 컸다. 이를 제외하면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애플향 시스템LSI 공급 감소 등 애플과 치러온 글로벌 소송이 삼성전자의 사상최대 실적 행진에 걸림돌이 된 셈이다.

5일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7천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 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분기 보다 7.24%, 영업이익은 1.58% 가량 줄면서 6분기 연속 기대했던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경신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8조6천억원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치를 웃도는 규모. 더욱이 전년 동기보다는 각각 14.87%, 52.9% 늘어난 규모로 계절적 비수기 등을 감안하면 시장의 우려와 달리 갤럭시S3 등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 등 견조한 성장을 이어간 결과로 풀이된다.

◆소송 충당금 등 '애플 변수' 얼마나?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1분기에 애플과의 특허 소송 등에 따른 대손 충당금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소송이 진행중이지만 일단 확정된 배상액 약 6억달러(한화 약 6천747억원)에 대한 대손 충당금이 이번 실적에 반영된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손 충당금을 분기별 나눠 반영할 수 있는 만큼 1분기에 얼마나 반영했는지에 따라 실제 영업익 규모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를 감안할때 당초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익이 최고 기대치였던 9조원을 돌파하지는 못했더라도 지난해 4분기를 웃도는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충당금 등 변수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당초 배상액은 10억5천만달러에 달했지만 올 초 5억9천950만달러로 삭감된 상태다.

여기에 이번 실적에는 또다른 애플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스마트폰 등 IM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 반도체(DS) 부문의 실적 개선 효과도 주목되는 것.

PC 수요 회복에 일부 공급부족에 따른 D램 값 상승 등 메모리 실적이 회복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애플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부품 공급이 줄면서 시스템LSI 부문 실적이 역성장을 보였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삼성전자는 아이폰5 등 애플 제품에 A6 등 AP를 독점 공급해왔지만 양측의 특허 소송이 격화되면서 애플측이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등 부품 공급 등 거래관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1분기 삼성전자 시스템LSI 부문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영업익도 1천억원대에 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려했던 애플과의 소송 여파가 삼성전자의 최대실적 기록 행진에 걸림돌이 되는 등 현실화된 형국이다.

◆'갤럭시 효과' 여전, 영업익 6조원 돌파 '촉각'

이같은 변수를 제외하면 글로벌 경기침체, 계절적 비수기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은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익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올초 8조원 초반에 그쳤다가 최근에는 8조6천억원까지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다. 이는 갤럭시S3 등 스마트폰 출하량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며 이번 실적에도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

시장 전문가들은 비수기에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10% 가량 늘어난 6천8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판가 상승 등으로 이익 확대가 기대된다는 것.

이에 따라 전분기 5조4천억원 수준이었던 IM 부문 영업익은 이번 1분기 6조원을 돌파하며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4분기 60% 초반까지 줄었던 전체 영업익 중 IM부문 비중도 이번 1분기에 많게는 70%선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갤럭시효과'는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 이르면 이달 출시를 앞둔 갤럭시S4 효과가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가전(CE)은 물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실적이 개선되면서 분기 영업익 10조원 돌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1분기를 저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연간 영억익도 4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여서 이달 말로 예상되는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이를 확인 시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