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개인용 컴퓨터(PC) 제조 회사인 레노버가 스토리지 강자인 EMC와 손잡은 이후 IBM 서버 사업부까지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용 컴퓨팅 분야의 유력기업(vendor)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이미 x86서버와 스토리지 비즈니스를 전개해 온 레노버는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에서의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어서 국내 기업용 컴퓨팅 장비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레노버는 역성장하는 PC 시장에 대응하고자 'PC 플러스'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PC 플러스는 PC의 기능이 태블릿,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들과 결합해 활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PC 플러스 전략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레노버는 지난 해 8월 EMC와 손 잡았다. 다양한 미디어 기기들의 등장에 따라 소비하는 데이터나 콘텐츠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스토리지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EMC와 레노버는 중국내 합작법인까지 만들며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레노버가 51%, EMC가 49%의 지분을 갖는 이 회사는 주로 중소기업용 네트워크 스토리지(NAS) 시스템을 제공한다.
중요한 점은 EMC가 스토리지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서버를 만들지만 않을 뿐 서버 관련 기술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레노버의 x86 서버에 EMC의 서버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EMC 기술로 만들어진 서버는 레노버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EMC의 스토리지 시스템들에 이 x86 서버 제품들이 탑재된다.
EMC의 서버 관련 기술은 'VF캐시'와 VF캐시를 여러 개 엮어서 SSD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를 만드는 '프로젝트 썬더(Project Thunder)'가 대표적이다. VF캐시는 EMC의 서버용 플래시 캐시 솔루션으로 기존에 스토리지에만 적용했던 플래시 기술을 서버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게다가 EMC는 스토리지 자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공급망관리(SCM) 등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서버가 아닌 스토리지 영역에서 구동시키겠다는 것으로 '서버 기능을 하는 스토리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에 더해 레노버는 IBM의 x86서버 사업부까지 사들여 제품군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IBM의 저사양급 x86서버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형태로 판매중인 레노버는 아예 IBM 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중국시장은 물론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레노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서버 출하량 기준으로 4위에 올라있을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레노버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에 서버와 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레노버 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여름 이후에 서버 사업을 국내에서 시작할 예정"이라며 "EMC의 네트워크 스토리지(NAS) 시스템인 아이오메가(Iomega)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노버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관련업계는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두고 긴장하는 모양새다.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PC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던 레노버인 만큼 x86서버와 스토리지 등의 기업용 시장에서도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버 업계 한 관계자는 "레노버는 세계 서버 시장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레노버가 국내에서도 기업용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시작할 경우 특히 저가 시장에서는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HP와 델 등 주요 PC기업들이 PC시장의 역성장으로 기업용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것처럼 레노버도 기업용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IBM의 서버 사업부까지 인수하게 되면 레노버의 서버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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