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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항소심서 김원홍 前고문 증인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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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회장 측 "김씨와 10개월 전까지 연락됐다"…주소지 제출

[정기수기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사진.53) SK(주)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SK해운 전 고문 김원홍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앞서 지난 8일 열렸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 측은 횡령 사건을 주도했던 사람으로 김 전 고문을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씨의 증인출석 여부가 이번 재판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9일 열린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최 회장 측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변호인 측 증인 신청이 소송 지연과 논점을 흐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최 회장이 (1심 재판 중인) 10개월 전까지 김 전 고문과 연락이 닿았지만, 현재는 끊긴 상태"라며 "그의 국내 주소지는 알고 있다. 재판부에 신고할테니 직권으로 소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서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 소송을 지연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며 "김씨가 증인으로 나올 수만 있다면 중요한 증인인 만큼 채택하겠다"며 변호인 측에 김 전 고문의 주소지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외국 주소도 확인이 되면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김 전 고문은 2005년부터 최 회장 등으로부터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5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송금받은 인물로, 최 회장 측이 항소심 1차 공판에서 1심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했다.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원심 공판 과정에서 최 회장이 펀드조성 관여를 부인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시인한다"면서도 "조성된 펀드에서 자금이 인출된 사실은 몰랐고, 범인은 따로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펀드 투자금 횡령으로 인한 실질적 이득자는 돈을 송금받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항소심에서 나타난 최 회장 측의 입장 변화는 1심에서의 실형 판결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조성 관여 자체는 인정하되, 자금 유출에 대해서는 최 회장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판결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최 회장의 무혐의를 강조, '집행유예' 처분을 노린 방어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앞서 첫 공판에서 인정한 펀드 조성은 죄가 되지 않는 부문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 동력을 위해 펀드를 조성한 것"이라면서도 "최 회장이 1심 재판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말한 것은 잘못이지만, 실형을 받은 횡령과는 무관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빼돌려 펀드출자용 선지급금으로 위장해 개인 투자금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최 회장은 지난 1월말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이날 최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47)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는 재판부가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고문의 증인 채택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 중인 김 전 대표의 진술에 주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는 최 부회장과 공모해 2008년 11월 베넥스의 법인계좌에 보관 중이던 펀드출자용 선지급금 95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도 사건의 일부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김 전 대표가 사건의 출발부터 끝까지 다 알고 있는 지위로 보인다"며 "김 전 대표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 돈에 최 회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라며 "김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달 20일 열리는 4차 공판에서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내달 10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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