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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희 부회장 "삼성 신경영때 충격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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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경영 20주년 강연…4가지 삼성인 덕목 강조

[박웅서기자] 삼성 신경영 20주년. 35년간 삼성과 함께 한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이 밝힌 삼성의 성공 비결은 '변화'와 '신뢰'였다. 또,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 에티켓 등 기본 소양들이 삼성 신경영의 기반으로 소개됐다.

20일 삼성그룹은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정락(樂)서' 시즌4 열번째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에는 삼성생명 박근희 부회장과 삼성인력개발원 신태균 부원장, 삼성전자 출신 이명우 한양대학교 교수 등이 신경영의 의미를 풀어내는 강연자로 나섰다.

삼성생명 박근희 부회장은 '삼성의 오늘과 미래, 그리고 신경영'을 주제로 강연을 맡았다. 삼성카드 대표이사, 삼성그룹 및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박근희 부회장은 그야말로 삼성 신경영의 산 증인이다.

박근희 부회장은 이날 "1993년의 신경영이 없었다면 2013년 오늘의 삼성도 없었다"며 "삼성에게 있어 2013년은 1983년 창업해서 올해로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고 삼성 100년 기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경영 때의 충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그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삼성 신경영은 1993년 당시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과거와 현재를 면밀히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그룹의 미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전임직원과 대외에 선포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선언했다. 이른바 프랑크프루트 선언. 시대를 앞서가는 그룹의 전략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회자된다. 이를 신호탄으로 삼성은 대대적인 혁신을 거듭했다.

박 부회장은 "독일 프랑크프루트를 시작으로 총 8개 도시에서 2개월 동안 사장을 비롯한 1천800명 전 임직원이 참여했다"며 "이건희 회장도 직접 350여 시간을 강의했다"고 덧붙였다.

◆"삼성, 우물안 개구리…신경영 20년, 영업익 60배 증가"

박근희 부회장은 "삼성 신경영 철학은 어려운 얘기가 아니고 아주 상식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1993년 당시에는 세기말적 환경 변화가 있었다"며 "소련, 동구 몰락 이후 세계 정치체계가 변화했으며 GATT 체제 붕괴와 UR 중심의 경제체제도 변했고 국내에서는 1987년 민주화 선언 이후 전통적 가치관이 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당시 삼성그룹은 '우물안 개구리'였다고 반성했다. 특히 국내판 제일주의 의식이 팽배했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은 형편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이런 상태로 놔두면 삼성이 망한다는 의식으로 인해 이건희 회장이 직접 신경영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경영은 자기 반성부터 시작했다. 현위치에서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조직의 문제는 없나, 임직원의 인식 수준은 어떠한가 등을 점검했다. 이후 전략과 목표를 재설정했다. 갖추어야 하는 덕목은 무엇인가(기본), 무엇을 해야 하는가(전략), 무엇을 추구하는가(목표) 등이 이어졌다.

신경영 이후 20년이 흘렀고 삼성은 달라졌다.

박 부회장은 "신경영 20년 후 삼성은 그룹 매출이 1993년 41조원에서 326조원으로 8배 뛰었고 영업이익은 5천억원에서 30조원으로 60배 증가했다"며 "또 세계 1등 제품은 당시 2개에서 23개로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의 대표 회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매출 201조원, 영업익 23조원을 기록했다. 임직원 수는 42만명이 됐다.

◆인간미-도덕성 등이 '삼성인 덕목'

박 부회장이 밝힌 삼성 신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론'과 '신뢰론'이다. 변화론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당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한 선언이 핵심이다. 신뢰론은 믿음이다. 개혁은 신뢰, 즉 믿는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신경영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질 위주 경영'이다. 양을 중요시하던 그동안 관습에 대변화를 꾀한 것.

박 부회장은 "사람의 질, 상품의 질, 경영의 질이 중요하게 강조됐고, '불량은 암이다'라는 판단으로 완성된 제품을 불태우기도 했다"며 "질 위주 경영을 기반으로 국제화, 정보화, 복합화 등을 핵심경쟁력으로 갖춰 나갔다"고 설명했다.

변화와 신뢰를 위한 삼성인의 대표 덕목도 소개했다.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 ▲에티켓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덕목들은 삼성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삼성 헌법'이라 불리기도 했다.

사전에서는 인간미를 '사람다운 정겨운 맛'이라고 설명한다. 삼성 신경영에서는 이를 '아무리 급하게 뛰어가더라도 옆사람이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가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 도덕성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다. 박 부회장은 "사람들이 도덕 불감증에 걸려 있다"며 "옆사람이 분명히 나빠지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예의범절과 에티켓도 강조했다. 그는 "개인과 집안, 자기 사회관계에서 현대의 상황에 맞게 예의범절을 정립해야 한다"며 "또 남과 만났을 때, 부딪쳤을 때, 비즈니스맨끼리 모였을 때의 질서, 국제화의 전제가 바로 에티켓"이라고 설명했다.

◆"내 스펙은 5개가 전부…학생들도 '학생 신경영' 만들어야"

박 부회장은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을 위해 삼성 신경영처럼 학생들도 이른바 학생 경영학, 학생 신경영을 만들어 보기를 당부했다. 신경영 개념도처럼 나의 현실,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 경쟁력, 목표순으로 정해 나가면 된다는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또 "많은 학생들이 스펙을 출세의 길, 리더의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스펙은 태어난 곳,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군복무가 전부다"며 "삼성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실력이 중요하지 스펙으로 신입사원 채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떤 일이든 프로가 되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생각하면 바로 행동하는 실천력, 글로벌 인재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삼성 신경영에서는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 에티켓을 강조했는데 학생 여러분도 이 덕목들과 함께 감사할 줄 알아야 하고 참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는 한양대학교 이명우 교수와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부사장) 역시 삼성 신경영과 관련된 발표를 진행했다.

이명우 교수는 삼성전자 해외마케팅에서 근무할 때 글로벌 시장을 직접 개척하며 경험했던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으며, 신태균 부원장은 신경영 이후 삼성이 지켜 온 성공 방정식을 설명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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