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첫 대기업 수사가 착수됨에 따라 해당 기업인 CJ는 물론이고 재계가 수사 향배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정부의 재계 길들이기 차원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21일 CJ 그룹 및 재계와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오전 CJ 그룹이 해외에서 탈세로 조성한 자금의 일부인 70억여 원을 국내에서 사용한 정황을 포착,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자료를 찾기 위해 CJ 그룹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장충동 경영연구소, 임직원 자택 등 5~6곳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회사 내부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곧 CJ의 국내외 계좌추적에 들어가는 등 수사를 본격화 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CJ그룹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부터 수원지검 특수부는 CJ개발(CJ건설)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였으나 구체적인 물증을 잡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지난 2008년에는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던 자금관리팀장 이모 씨가 살인청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비자금 관련 진술이 흘러나왔다. 당시 검찰은 40여개의 계좌를 추적했지만, 역시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다.
지난 2010년에도 검찰이 10대 그룹의 비자금 조사에 착수하면서 CJ그룹 역시 조사대상에 포함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견제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이전과는 다르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다. 이때문에 CJ 쪽은 수사가 이재현 그룹 회장을 겨누는 게 아니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CJ 그룹 측은 그러면서도 일단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만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유무나 규모 등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된 바가 없다.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들도 CJ 수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검찰 주변과 재계에서는 CJ 그룹 외에 이미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의 이름이 이니셜로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자금 정황을 놓고 CJ그룹 뿐만 아니라 전 정권에서 실력깨나 행사했던 기업들에 대해서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CJ 그룹이 첫 케이스만큼 현재로선 그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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