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기자] "창조경제의 핵심인 벤처투자를 살리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기술 평가와 관련 인력·기관의 양성이 시급합니다. 새로운 기술의 시장 가치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벤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사진)은 28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창조경제와 기술금융'을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인 현행 기술금융에 문제가 있다"며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이 기술금융의 대부분인데 은행의 특성상 위험이 높은 벤처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기술금융 중 은행이 정책금융, 기술보증기금 등을 모아서 지원하는 간접금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간접금융은 전체 기술금융에서 86%를 차지했다. 벤처캐피탈을 통한 실질적 기술금융인 직접금융은 지난해 13.6%에 그쳤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이 신용보증이나 정책금융보다 벤처기업의 수익성이나 발전성에 더 큰 기여를 한다"며 "따라서 직접금융인 벤처캐피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투자에서 직접금융이 잘 시행되지 않는 이유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새 기술과 아이디어의 시장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인력과 기관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기술에 대한 시장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지적재산권의 개발과 사업화뿐만 아니라 투자금 회수를 위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스라엘 요즈마펀드의 예를 들며 한 번 창업했다가 실패해도 재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요즈마펀드는 기술에 대한 시장평가 기능을 갖고 있다"며 "벤처기업이 망해도 기술의 시장 가치는 살아있기 때문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지난 30년 동안 기술평가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며 "우리 사회 전체가 시장평가 기능 제고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시장평가가 제대로 되면 벤처투자업계의 돈맥경화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김 원장은 과도한 벤처투자금 투입은 좀비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투자시장에 추가적인 초대형 투자가 우후죽순 이뤄지면 돈의 힘으로 버티는 부실 좀비 기업이 활개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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