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금융 시장에 일대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중국의 경기와 단기자금시장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물론 국내외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의 기반이 탄탄한 만큼 과도한 우려는 삼가야 한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주식, 외환, 채권 등 금융시장 동반 '흔들'
지난 19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친 후 양적완화 축소가 하반기쯤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내 자산매입을 축소하고, 내년 중반에는 매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같은 날 중국에서도 악재가 쏟아졌다. 중국의 6월 제조업지수(HSBC PMI) 잠정치가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중국 경제의 추가 둔화 우려가 확산됐고, 단기자금시장의 신용경색도 심화되며 시장의 우려가 더욱 강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주식, 외환, 채권 등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충격 이틀째인 21일에는 그 강도가 전날에 비해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20일에 2.0%, 21일에 1.49% 연달아 급락했다. 코스피지수의 연중 최저기록을 갈아치우긴 해지만 하락폭은 줄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20일에 14.90원 치솟은 데 이어 21일에도 9.0원 급등한 1154.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작년 6월27일의 1156.2원 이후 최고 기록이긴 하나, 역시 이틀째인 21일에는 전날에 비해 급등폭이 좁아졌다.
채권시장도 이틀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가격이 추락했다. 국채시장의 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0일에는 0.13% 오른 연 2.94% 기록했고, 21일에도 전날보다 0.04% 오른 2.98%로 마쳤다. 주식, 환율처럼 이틀째에 금리 상승폭이 주춤한 모습이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 탄탄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을 달래면서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대외건전성도 개선되고 있어 다른 신흥국에 비해 그 영향이 차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뉴욕 증시 상황 등을 지켜보고 필요하면 24일쯤 (시장안전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금융감독원에서도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외화자금시장에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외화조달시장에도 큰 영향이 없었고, 은행들도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시사로 대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외화조달 금리 상승 등 차입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도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의견이 많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미국경기 정상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100% 악재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등이 여타 국가들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서도 "예상된 조정…조만간 안정될 것"
해외에서도 큰 우려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예상된 조정으로, 움직임이 '오버슈팅'된 면이 있긴 하지만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美 주가가 급락했지만 올해 중 12% 이상 상승했으며,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는 美 경기지표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불안은 과민 반응"이라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미 양적완화 축소가 급격한 시장 조정을 야기하고 있으나, 점차 그 강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에서도 "버냉키 발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주가가 그간 풍부한 유동성에 따라 인위적으로 올랐다면 이제는 그 거품을 제거할 좋은 시기"라며 "연준의 시나리오가 맞다면, 출구전략의 끝에는 더 빠른 성장과 실업률 감소 등이 실현돼 결국 이것은 주식시장이 활황기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놨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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