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뒤숭숭하다.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고 있는 조직 개편 때문이다. 발머가 조직 개편을 앞두고 핵심 측근들의 의견만 청취하고 있어 고위 임원들의 연쇄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IT 전문 매체인 올싱스디지털을 비롯한 외신들은 23일(현지 시간) MS가 늦어도 오는 7월1일까지 조직 개편 윤곽을 공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MS의 이번 조직 개편은 디바이스와 서비스 부문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 분리 운영되고 있는 PC와 모바일 운영체제(OS) 부문을 통합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윈도-윈도폰 부문 수장이 OS사업 공동 운영" 전망도
이번 조직 개편은 스티브 발머가 MS CEO에 부임한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MS 내부 인사가 올싱스디지털과 인터뷰에서 "몇 가지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일은 없었다"고 밝힐 정도다.
발머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현재 8개인 사업 부문을 4개로 통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운영체제 등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의 바탕엔 MS를 '디바이스와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시킨다는 발머의 비전이 자리잡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렇게 될 경우 서버 및 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타이야 나델라 사장과 스카이프 부문 토니 베이츠 사장, 그리고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이끌고 있는 돈 트릭 사장 등이 중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또 있다. 현재 분리 운영되고 있는 PC와 모바일 OS 사업을 통합할지 여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윈도폰 부문 수장인 테리 마이어슨과 윈도 엔지니어링 부문 수장인 줄리 라르손 그린이 OS 그룹을 함께 이끌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조만간 PC와 모바일 OS 부문 통합 운영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진다.
더버지도 같은 전망을 하고 있다. 더버지는 이날 MS 내부 관계자를 인용, 조직 개편 후 윈도와 윈도 폰 OS를 결합하는 쪽에 공을 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MS는 지난 해 10월 윈도8 커널을 윈도폰에서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양 플랫폼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선 개발자들이 적잖은 손을 봐야 한다. 두 OS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도 별도 운영되고 있다.
◆"발머, 최측근 외엔 함구…고위 임원 불안감 거세"
이번 조직 개편은 방향 못지 않게 추진 방식을 놓고도 말이 무성한 편이다. 스티브 발머는 극소수 핵심 측근들 외에는 이번 조직 개편과 관련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고위 임원들 중 상당수가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직이 통폐합되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맡지 못하게 될 임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게 그 이유다.
반면 사트야 나델라 서버 부문 사장을 비롯해 ▲돈 메트릭 X박스 부문 사장 ▲키 루 온라인그룹 사장 ▲토니 베이츠 스카이프 부문 사장 등은 새롭게 만들어진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발머가 빌 게이츠의 뒤를 이어 MS CEO로 선임된 이후 회사를 떠난 고위 임원들이 적지 않다. 가깝게는 지난 해 윈도8 발표 직후 관련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스티븐 시놉스키가 전격 사임해 큰 충격을 안겨줬다.
'윈텔 듀오'로 불리면서 PC시대를 지배했던 MS. 하지만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2000년대 중반 이후 모바일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MS는 실리콘밸리의 변방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터치'를 비롯해 태블릿 기능을 대폭 수용했던 야심작 윈도8 역시 생각만큼 큰 바람을 몰고 오지 못했다. 게다가 PC와 모바일 OS가 별도 운영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취임 이래 단 한차례도 대형 조직 개편을 단행하지 않았던 스티브 발머로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 과연 발머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어떤 해답을 들고 나올까? 또 동요하는 고위 임원들을 어떻게 다독일 수 있을까?
모바일 시대를 맞아 옛 영화 재현을 꿈꾸는 스티브 발머 선장이 MS호를 어떻게 끌고 나갈 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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