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 네트워크 보안업체 A사 간부는 최근 보안업계 상황에 대해 "수출보다 내수가 더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들어 정부 조직개편과 3·20 사이버테러 등의 변수가 국내 사업 수요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심정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비단 A사 뿐 아니라 국내 보안업체들은 상반기를 마치며 지독한 사업 가뭄과 갈증을 호소하고 있다.정보보호산업의 특성상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사업 수요가 몰리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나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그러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상반기 공공부문 사업 감소 타격
보안업체들로부터 이러한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는 올해 상반기 공공부문 사업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대형 공공사업의 지표로 활용되는 통합전산센터 사업을 살펴보면 대전 및 광주 통합전산센터의 상반기 사업 규모는 사업건수 3건, 총 사업금액 111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사업건수 8건, 총 사업금액 805억 원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처럼 공공부문 사업 수요가 감소한 배경은 새 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개편이 지연되면서 공공부문 사업 발주시기가 늦춰진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과 장·차관 인사가 늦춰지고 기업의 예산집행 역시 연기되면서 사업 자체가 적었다"며 "예년 기준 상하반기의 비중이 4대 6이었다면 고 말했다.
3·20 사이버테러로 인한 영향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이 3·20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보안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면서 투자를 유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보안업체들의 1분기 성적표는 저조하다. 아직 나오지 않은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안랩은 올 1분기 매출 277억원, 영업이익 7천 6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6.5% 줄었다. 이글루시큐리티 역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94억원에서 121억9천900만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프트포럼도 매출은 작년 34억 1천만 원에서 46억8천만 원으로 높아졌지만 영업 이익은 작년에 비해 55.8% 감소했다. 시큐브도 매출액은 17억2천400만원 영업손실은 6억9천200만원이었다.
◆망분리·MDM 시장 중심 하반기 성장 기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안업계는 하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업이 밀리면서 전통적 비수기인 7월과 8월이 업체들에게는 바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3·20 사태 이후 조명을 받은 망분리과 지능형지속위협(APT), 모바일단말관리(MDM) 솔루션을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정보보안산업 키우기에 역점을 두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망분리 프로젝트를 발주한 근로복지공단이 7월초 망분리 사업자를 선정해 올해 말까지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수 공공기관과 금융권에서도 망분리 솔루션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MDM 시장의 경우 지난달 CC인증 규격이 나오면서 하반기 공공기관 분야에서의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란지교소프트와 라온시큐어의 경우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 MDM 솔루션 매출이 2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랩 관계자는 "2분기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이기도 하다"면서 "최근 들어 망분리 솔루션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는 등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하반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