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영기자] 지난 5월 '불법 밀어내기' 등의 파문으로 우리 사회에 '갑을 논란'을 불러왔던 남양유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철퇴'를 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대리점에 제품 구입을 강제하고 대형 유통업체에 파견한 자사 직원의 임금마저 전가한 남양유업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는 한편 총 12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8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특히 위원회 심의를 거쳐 남양의 불법 사례를 검찰에 추가 고발하기로 했다.
이날 공정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07년부터 2013년 5월까지 1천849개 대리점 대부분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거나 취급하지 않는 제품 등을 강제로 할당하고 임의로 공급하는 등 '부당한 밀어내기' 관련 법을 위반했다.
이렇게 밀어낸 물량은 전체 대리점 공급량 대비 20~3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떠먹는 불가리스 유기농의 경우 매주 최소 1천600박스씩 생산됐으나 대리점의 일 평균주문량은 130박스에 불과해 밀어내기 수준을 짐작케 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주문 마감 후 영업사원이 주문량을 임의 수정하는 방식을 쓰거나 본사→지점→대리점으로 연결되는 판매목표 설정 및 주문량 할당 등의 방식으로 밀어내기를 시도했다.
특히 2010년 9월부터 대리점이 접속하는 주문시스템(PAMS21)을 변경해 대리점의 최초 주문량 등을 검색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회사 주문담당자가 대리점의 최종 주문량을 손쉽게 임의로 수정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남양유업은 게다가 엄격한 반품 제한 정책을 펼쳐고 대리점들은 밀어내기로 떠안은 물량을 반품하지 못해 지인판매·덤핑·폐기처분 등으로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스 키즈·저지방우유 등 대리점 취급기피 및 비인기 품목,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이오·프렌치카페 등 신규출시 후 매출주력품목 등 26개 품목에 대해 밀어내기가 발생했다.
남양유업은 특히 법률 자문과 내부 검토 등을 통해 대리점에 대한 임의적 주문 할당이 위법한 구입강제에 해당됨을 인식했으면서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또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파견한 진열 판촉 사원의 임금을 대리점과 사전 합의 없이 50% 이상 전가해 '부당한 이익제공강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2012년의 경우 대형 유통업체에 총 397명의 진열 판촉 사원이 파견되었고 대리점이 진열 판촉 사원 급여의 평균 63%를 부담하게 했다. 2012년 남양유업의 급여분담율은 33~41%(대리점은 59~67%)로 진열판촉사원의 급여 분담율은 점포 매출과 연동하여 변동했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를 적용한 것으로, 거래상대방에게 구입의사 없는 상품의 구입을 강제하는 행위 및 자신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중 가목(구입강제)과 나목(이익제공강요)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통해 밀어내기 및 진열판촉사원 임금 전가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대리점 최초 주문기록, 변경주문기록 및 사유, 최종주문량 등이 나타나도록 주문시스템을 변경하고 주문기록 등은 5년 간 보존토록했다. 특히 90일 내 변경 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대리점에 공급한 물품대금 결제시 제품 주문량·공급량 및 대금 산정근거 등을 대리점이 확인·승인한 후 대금 지급이 이루어지도록 결제방식을 변경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 보고하고 진열판촉사원 임금 분담 시에는 분담비율 등을 대리점과 사전협의 후 계약서에 명기하도록 했다.
한편 공정위는 남양유업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결과 및 고발요청 등의 내용을 검토하고, 위원회 내부의 심의를 거쳐 추가 검찰고발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갑을 관계에서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개선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한 조사를 통해 엄중한 법 집행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유주영기자 bo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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