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세슘분유' 논란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일동후디스와 환경운동연합이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배호근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일동후디스가 환경운동연합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동후디스의 손을 들어줬으나 환경운동연합은 이에 맞서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향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재판부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으며 환경운동연합이 극소량의 세슘만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이유를 들어 일동후디스에 위자료 8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재판부가 과하게 판단했다고 보인다"면서 "공익활동을 제약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또 "환경단체가 할 수 있는 활동이나 정보제공 등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재판부에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불만도 살짝 드러냈다.
이에 앞서 일동후디스는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8월 2일 자사의 산양분유 1단계에서 방사성 세슘-137이 0.391Bq/kg(킬로그램 당 베크렐) 검출됐다는 내용을 발표해 매출액 감소 등 재산상 손실과 명예가 실추됐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5차례의 심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 측의 악의적 발표로 회사 명성과 함께 분유 시장 점유율에도 치명타를 입었다"면서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동후디스는 당시 자료가 발표되자 분유 시장 점유율이 23%에서 15% 정도로 급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이 '방사능 분유'라고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큰 타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동후디스는 "산양분유는 자연 방목된 산양들의 젖을 짜서 분말화시켜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세슘이 포함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공기, 물뿐만 아니라 모유에도 세슘은 함유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슘을 없애려면 여러 번 가공하면 되겠지만 산양분유의 좋은 천연 성분들도 함께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이를 키우다보면 1년에 1~2번은 X-레이를 찍는 경우도 있는데 산양분유에 함유된 세슘은 1년을 먹어도 X-레이 한 번 찍는 피폭량의 1천분의 1수준 밖에 안된다"면서 "세슘은 9일 만에 소변으로 다 배출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세슘 검출 기준량은 370 Bq/kg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동후디스의 산양분유에서 검출된 세슘의 양은 0.391Bq/kg으로 1천분의 1 수준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인공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라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으로 자신들이 제출한 여러 과학적인 증거자료들을 재판부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을 표했다. 또 검사기관이 작성한 결과를 그대로 공개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객관적 사실을 과장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시민의 안전과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의 발표였다"면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환경단체의 일상적인 공익활동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측은 검사 계측 시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이견을 제시했다.
일동후디스는 식품 방사능 검사 방법은 1만초 검사법으로 진행되는데 환경운동연합이 산양분유를 환경 검사법인 8만초 검사법으로 진행해 의도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더 세세한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방사능이 안나올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반면 환경운동연합은 실제 같은 제품에 대해 서울시, 경주시 등에서도 검사를 실시했는데 서울시가 실시한 1만초 검사에서도 세슘137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발표한 자료에도 검출량이 기준치에 못 미치는 작은 양이라고 했었고 그것에 대해 사실 관계가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그 정도 양이 결정적으로 어떤 병을 일으킨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들이 먹는 제품인데 작은 양의 세슘이라도 성인에 비해 더 높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세계 의학계 정설로 따지면 방사선으로 인한 암발생은 역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피폭량이 많을수록 위험도는 커진다"고 주장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