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네이버의 독과점에 따른 규제강화 논란이 인터넷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네이버는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골목상권을 침범하고 검색시장의 점유율 우위를 이용해 다른 회사 콘텐츠를 차별하는 등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선 시리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쟁법의 원칙은 경쟁사업자라고 해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정의 공정성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단순히 점유율이 높다고 강력한 규제론을 들고 나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이나 인터넷사업자가 경쟁사업자에 차별을 가하고 공정하지 못한 거래를 시도했다면 공정거래법 적용 등을 통해 제재하면 된다. 그런데도 별도의 무거운 규제법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나오면서 자칫 인터넷의 혁신적 서비스에 대한 구속으로 작용될 것은 물론 국내기업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걱정어린 시각도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3일 개최한 '공정과 상생의 인터넷 사업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웃긴대학재단 이정민 대표는 "인터넷산업은 매우 트렌드가 빠르기 때문에 법이나 규제로 시장의 질서를 잡는 것은 무리"라며 "규제로 인해 중소 벤처기업이 아닌 구글이 힘을 얻는 상황이 걱정스럽다"며 국내기업의 역차별 가능성도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구글 외부 콘텐츠를 검색에서 차별한 것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등 포털 서비스를 비롯한 콘텐츠 영역의 창의적 비즈니스 환경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등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검색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2차관은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활성화를 저해하고 규제를 하더라도 실효적으로 적용여부가 불투명하다"며 "독점이슈의 상당부분은 공정거래법의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으며, 가이드라인으로 상생협력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네이버로 대변하는 주요 '포털'을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고, 어떤 역할을 주문해야 할까?
◆와루의 스마일 브러시가 주는 교훈
와루 작가의 '스마일브러시'와 박수미 작가의 '버라이어티 숨' 등은 네이버 등 국내 주요 포털의 역할론을 생각할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스마일브러시'의 와루 작가와 '버라이어티 숨'의 박수미 작가는 자기 웹툰의 캐릭터를 활용해 네이버의 글로벌 메시징 서비스 '라인'에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다. 와루와 박수미 작가는 지난 2011년 오프라인 만화를 접고 네이버 웹툰에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한 중견 작가다.
네이버와 이 작가들은 인터넷과 만화의 융합이라는 혁신적 장르를 개척, 안정적 고료도 확보하고 독자층도 넓혀가고 있다.
특히 NHN의 글로벌 메시징 서비스 라인에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 판매는 인터넷 시대이전에 볼 수 없던 비즈니스였지만 해외에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아 대만과 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도 캐릭터를 활용해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지만, 새로운 마케팅 창구를 얻으면서 매달 수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럭터 업계 관계자는 "메시징을 활용한 캐릭터가 알려지면서 일부 작가의 경우 해외에서 이와 관련한 비즈니스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지난 2011년 선보인 NHN의 라인은 최근 출시 25개월 만에 전 세계 가입자 수 2억명을 확보한 글로벌 메시징 서비스다. NHN은 각국에서 현지 맞춤형 공식 계정과 스티커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인기를 얻어내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라인의 캐릭터 비즈니스는 인터넷부문에서도 대기업과 중소 벤처가 함께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전형적인 모델"이라며 "현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김상헌 네이버 대표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중소 기업들과의 상생의 모델이 되겠다"면서 "모바일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이디어-혁신의 출발점
최근 검색이나 커뮤니티, 지식iN 등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와 콘텐츠, 데이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오픈 API는 창의적인 중소 벤처기업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수많은 네이버 이용자들의 활동으로 생성된 콘텐츠와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혼합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현재 모바일 지도, 스팸 공동 대응, 학술정보 API 등을 공개하고 있다.
또 외부 개발자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오픈 API와 오픈소스를 활용해 만든 프로젝트를 등록, 실행, 관리할 수 있는 개발자 플랫폼 네이버 개발자센터(Naver Dev Center)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약 2만3천600여개의 외부 개발자 오픈 프로젝트가 등록돼 있다.
앞서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네이버규제법에도 이 같은 포털의 사회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한 내용이 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검색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일부 공개해 다른 중소사업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업계 관게자는 "전병헌 법률개정안 등은 70% 이상의 검색시장을 차지하는 네이버 검색 로그 통계 등을 일종의 공공 DB로 판단하는 것으로, 취지는 유사하지만 전 의원 측은 법적 강제성을 담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벤처로 성공하기, 노하우 전수해야
업계에서는 한류 확산 등으로 음악, 웹툰, 쇼핑 등 다양한 문화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싸이를 비롯한 음악과 영화 등의 영상 콘텐츠는 세계적 인기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유투브나 구글 같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의 탄생이 더딘 상황이다.
창조경제를 앞세워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벤처육성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부주도의 벤처 육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NHN은 벤처로 출발해 벤처성공시대를 열었고, 벤처도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는 실제 사례를 보여준 기업"이라며 "이제는 글로벌 벤처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형님'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할 실마리를 가장 잘 아는 벤처출신 성공기업이 벤처의 성장과 해외시장 진출에 가장 적합한 노하우를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것이다.
김상헌 대표 역시 벤처 생태계 활성화와 관련 "직접적인 벤처 생태계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NHN은 현재 13~14개 벤처캐피털을 통해 스타트업(신생벤처)에 670억원을 간접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한 '인터넷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얼라이언스'에도 의장사 자격으로 참여해 1년에 20억씩 5년간 100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글로벌 무한경쟁의 현장에서는 중소기업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갑(甲)의 위치라는 사회적 인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국내 대표 벤처기업답게 글로벌 시장개척에 앞장 서고 신생벤처 탄생의 버팀목 역할을 해냄으로써 상생의 대표선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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