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SO)간의 분쟁 해결을 위해 연말까지 재송신 규제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방문 직후인 31일 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FCC를 비롯해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월트 디즈니, 타임워너 등을 방문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미국 정부는 3년 주기로 종합유선방송사(SO)가 지상파방송사에 의무 재송신과 재송신 동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의무 재전송의 경우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재전송 동의는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방송법에는 KBS1, EBS, 보도전문채널 2개 이상을 의무 재전송 채널로 규정하는 조항 외에는 재전송에 관한 구체적 규제 조항이 없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의 경우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간 재전송 문제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다가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법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재전송 동의는 시장경쟁체제에 맡기되 중재제도나 민간기구 등을 만들어 적정선에서 타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77개 권역별로 SO들이 배타적으로 지역을 독점하는 구조로 돼 있어 미국과는 방송환경이 다르지만 재전송 법령은 필요하다"며 "미래부나 방통위 위원들, 전문가들과 많은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연말까지 제도 개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경재 위원장은 UHD TV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경제 위원장은 "UHD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UHD TV의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금의야행(錦衣夜行, 비단 옷 입고 밤나들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UHD TV는 기존 고화질(HD) 방송보다 4배 이상 향상된 화질을 제공한다. 최근 국내 케이블업계가 세계 최초로 UHD TV 시험방송을 시작했고 내년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UHD TV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인데, 손꼽히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인 타임워너와 월트디즈니사는 투자되는 금액에 비해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UHD 콘텐츠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며 "특히 방송 콘텐츠의 80%를 지상파에서 제작하고 있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누가 총대를 메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누가 제작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콘텐츠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시장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철저한 시장 조사를 하고 제조업체, 콘텐츠 기업, 미디어 등 추진체를 만들어 합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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