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1위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서궈화 회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사간 제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 더넥스트웹 등 주요 외신은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궈화 차이나모바일 회장과 만났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사람은 양사 협력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은 방대한 차이나모바일의 판매망을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팀 쿡 CEO의 차이나모바일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다. 애플과 차이나모바일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또 애플이 차이나모바일에 목을 매는 까닭은 무엇일까?
◆애플, 점유율·영업이익 하락…중국서 돌파구 찾기
계약 성사 가능성을 거론하기 앞서 양사가 협력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애플은 아이폰3GS를 내놓았던 2009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2분기(4~6월)에 업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마진이 높은 최신 제품(아이폰5)의 판매가 시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애플은 전체 판매량이 삼성에 밀리면서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뒤쳐졌다.
이는 미국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CIRP)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애플 스마트폰 중 최신 모델인 아이폰5 비중이 절반을 조금 웃도는 52% 수준에 머물렀다. 아이폰4S가 30%, 아이폰4가 18%를 점유했다. 특히 공짜폰으로 풀린 아이폰4 비중이 18%나 차지한 점이 평균 판매가격 하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아이폰 판매량을 키우고 최신 제품 판매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예상보다 저조하다. 애플과 기술 격차를 크게 줄인 중국 토종업체 ZTE와 화웨이 등이 고성능 모델과 중저가 모델을 공급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토종업체의 급성장으로 2분기 애플의 중국내 아이폰 판매량은 43%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어든 46억4천만 달러로 나타났다.
애플이 7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차이나모바일과 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애플은 차이나모바일을 단말기 공급채널로 활용해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차이나모바일이 4G LTE 서비스를 가장 잘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애플에게 큰 매력이 될 수 있다. 중국정부는 올 연말에 4G LTE 서비스 영업 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따라서 중국 4G LTE 시장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중국내 100개 도시에 20만개 4G 기지국을 세울 계획이며 이를 위해 417억위안(약 7조5천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애플은 차이나모바일과 계약으로 중국 최대 4G LTE 단말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특히 마진이 높은 아이폰5 등 최신 모델만 4G LTE를 지원하고 있어 중국에서 영업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차이나모바일, 애플과 제휴시 일석이조
차이나모바일도 애플과 단말기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유리하다. 애플 단말기를 공급할 경우 모바일 데이터 수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통신사들은 3G 이용자들이 문자전송시 텐센트 위챗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앱을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SMS 수입이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차이나모바일의 모바일 데이터 수입도 크게 압박을 받고 있다.
3G보다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이 높은 4G LTE 서비스가 본격화 될 경우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LTE 서비스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주로 접속하는 중국 소비자들 입맛에 맞는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이용자 중 78.5%가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는 웹서핑과 동영상 콘텐츠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3G보다 4G LTE 단말기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차이나모바일은 4G LTE 단말기인 아이폰5를 공급해 고성능 단말기 수요를 흡수하고 차기 모델로 알려진 저가 아이폰을 함께 공급해 저가폰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달 중순 외신들은 유출 문건을 인용해 애플이 출시할 저가 아이폰 중 일부 모델이 차이나모바일 표준 4G 방식인 LTE-TDD를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아이폰을 차이나모바일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차이나모바일은 아이폰을 내세워 LTE 가입자를 유치해 초기 4G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모바일 데이터 수입을 늘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회사가 모두 파트너 계약을 체결할 경우 얻는 이익이 많아 이번 협상은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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