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스마트TV의 적으로 구글 크롬캐스트가 떠올랐다.
구글이 지난 7월 미디어 행사를 통해 공개한 '크롬캐스트'는 HDMI 동글 형태로 TV에 꽂기만 하면 무선랜을 통해 데이터를 수신, 스마트TV 처럼 웹 콘텐츠를 TV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기기다.
가격은 35달러에 불과해 이 제품이 스마트TV를 위협할 것이라는 도전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35달러짜리 크롬캐스트가 수천달러을 호가하는 스마트TV의 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말이다.
그러나 구글 크롬캐스트를 일반 스마트TV와 같이 보기는 뭔가 애매하다. 크롬캐스트와 스마트TV의 차이점을 좀 더 명확히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크롬캐스트, 온라인 스트리밍만 가능
크롬캐스트가 스마트TV와 가장 큰 차이점은 철저하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유튜브, 판도라, 넷플릭스, 구글플레이 영화, 구글뮤직, 구글 플러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는 동영상도 모두 재생된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콘텐츠를 보다가 크롬캐스트 버튼을 누르면 TV 화면에서도 같은 영상을 재생해주는 식이다. 스마트TV처럼 영상을 찾기 위해 리모컨 등으로 TV를 조작하거나 별도의 키보드를 두드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PC 안에 저장돼 있는 영상은 지원하지 않는다. 다른 모바일 기기의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애플TV의 미러링 기술이나 스마트TV와 콘텐츠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과 다른 점이다.
◆35달러로 스마트TV 핵심 기능 제공
기존 스마트TV의 주 용도가 웹 콘텐츠, 특히 동영상 콘텐츠 이용에 국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특화된 크롬캐스트는 위협적일 수 있다.
스마트TV가 풀브라우징 인터넷 검색은 물론,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이용 등 다앙한 기능을 지원하지만 정작 이용자 대부분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NPD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스마트TV 중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TV는 15%에 불과했고, 이중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체 이용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크롬 캐스트를 이용하면 단돈 35달러에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은 일반 TV에서도 이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가 직접 와이파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크롬캐스트가 하는 것은 스마트TV도 할 수 있고 애플TV나 LG U+의 tvG 등 셋톱박스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약 4만원도 안 되는 제품값이 결정적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애플TV와 달리 멀티태스킹 가능…미러링은 안 돼
크롬 캐스트를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TV를 스마트하게 만들어주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크롬캐스트는 다양한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호환된다. 애플TV 역시 아이폰, 아이패드와 연동된다.
다만 크롬캐스트는 호환하는 모바일 기기의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는다. 안드로이드OS뿐 아니라 iOS나 윈도우즈 OS도 상관 없는 반면 애플TV는 iOS를 사용하는 애플 제품으로만 조작이 가능하다.
기술 방식도 다르다. 애플TV와 아이폰이 연동하는 방식은 아이폰 화면을 TV에 그대로 보내주는 미러링 기술이다. 때문에 아이폰에 저장돼 있는 게임을 즐기거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똑같은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은 할 수 없다.
반면 크롬캐스트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의 영상을 그대로 재생하는 게 아니라 크롬캐스트 자체에서 와이파이로 데이터를 직접 수신하기 때문이다. TV에서 유튜브 영상을 트는 동안 스마트폰으로는 다른 작업을 하면 된다.
◆국내 TV제조사 "사용성 달라 큰 영향 없어"
세계 스마트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크롬캐스트에 따른 영향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은 분위기다. 스마트TV의 사용성이 더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TV업계 한 관계자는 "크롬캐스트의 경우 모바일 기기나 PC가 꼭 필요하지만 스마트TV는 더 많은 기능을 모바일 기기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롬 캐스트가 스마트TV의 수요를 방해하지 못할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저렴해진 스마트TV의 가격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TV 가격이 많이 내려가 일반TV와 스마트TV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신규 교체 수요 상당수가 스마트TV로 갈 확률이 높고, 이 경우 이미 기능이 스마트TV에 다 있어 별도의 크롬캐스트를 구입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웹 동영상을 큰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크롬캐스트로 인해) 사람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 친숙해지면 결국 스마트TV 시장이 더 활성화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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