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채동욱'이란 이름 석 자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른바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동'이다.
채동욱(사진) 총장은 '혼외자녀' 논란이 일면서 지난 13일 사의를 표하고 검찰을 떠났다.
온 나라가 검찰총장이 사퇴한 사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사의를 표명한 것이 청와대와 법무부가 합작해 만든 '채동욱 찍어내기' 압력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채동욱 사태'는 조선일보가 이달 6일 '채 총장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채 총장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즉각 정정보도 요구 및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채 총장과 혼외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지목된 임 모 여인 역시 '제 아이는 채 총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직접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면서 이 사건은 채 총장과 조선일보 간 진실 게임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사태에 직접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법무부가 채동욱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이 결정타였다.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결정한 것은 이 사건의 배후에 청와대가 개입해 있다는 '청와대 배우설'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채 총장 감찰 결정에 대해 "사정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 명예와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어서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감찰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채 총장은 법무부의 감찰 결정 발표 1시간 직후 곧장 사의를 표했다.
이에 야당은 '채동욱 찍어내기'가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을 길들이기 위한 또 다른 국기문란 사태라며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에서도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의혹'은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에 버금가는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3자 회담 자리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채 총장이 사퇴한 배경이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고, 박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잘한 것"이라며 이를 전면으로 반박했다.
청와대가 채동욱 사태와 분명한 선긋기에 나섰지만 채 총장 사퇴에 대한 '청와대 배후설'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 총장 사퇴 파문에 청와대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가 지난 8월부터 채 총장을 사찰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의원은 검찰 내부자의 제보를 인용,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원 간부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채 총장의 사찰을 진행한 주체라고 폭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정원 간부가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채 총장을 사찰해왔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즉각 박 의원의 발언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채 총장 관련 의혹 보도가 나온 이후 규정에 따라 민정수석실 차원의 감찰을 진행했다"고 설명하고 나섰다.
'채동욱 사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채동욱 사태는 당분간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으로 꽉 막힌 여야 간 대치정국을 더욱 심화시키며 추석 이후 향후 정국의 방향을 결정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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