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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업 '큰손', 국민연금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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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주주권 강화 움직임…"신중해야" 지적

[박영례기자] 국민연금이 주요 기업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가운데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 강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칫 정치, 사회적 목적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다 본래 취지인 국민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수익률 제고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www.keri.org)이 24일 오전 63컨벤션센터 로즈마리&라벤더룸에서 가진 '국민연금 의결권·주주권 강화 방안의 문제점'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우려에 대한 전문가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국민연금 주식의결권 100% 행사, 사외이사 추천, 주주소송 등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방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동근 명지대 교수의 사회로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 선문대 곽관훈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날 김용하 교수는 앞으로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1천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주식투자 비중이 더욱 높아질 만큼, 국민연금 주식의결권 행사의 원칙과 한계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용하 교수는 "국민연금 주식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 강화가 주식회사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자본주의 시스템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며 "더욱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 국민의 입장에서 시장 중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명분하에 국민연금 주식의결권이 기업가정신을 훼손하거나 기업의 투자 의욕을 감퇴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주권 강화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선문대 곽관훈 교수 역시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이유로 국민연금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인의무는 금융투자처럼 전문적 지식과 일반인의 지식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전문적 지위를 가진 금융회사가 오직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서 최고 수준의 주의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곽관훈 교수는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수익률 제고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지배구조 및 의결권주주권 행사 기준을 신인의무에 기초해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률 제고와 관계없이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같은 신인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가 최근의 재벌규제 등 정치권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곽 교수는 "신인의무 및 기금운영에 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 주식의결권·주주권 행사 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외 이날 종합토론에는 강성원 연구위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남재우 연구위원(자본시장연구원), 이병기 선임연구위원(한국경제연구원) 등이 참석, 이같은 문제 및 개선안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과거 국내 주요기업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됐을 때 백기사 역할을 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기업의 1대 또는 2대 주주가 되면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역할 등에 목소리를 내면서 기업들에는 또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6월말 현재 삼성전자 지분 7.43% 보유, 삼성생명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또 작년말 기준, 제일모직 지분 9.8%를 비롯해 KT, 포스코,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지분 6~9% 선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경연 최병일 원장은 "최근 국민연금 의결권·주주권 행사 강화방안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다"며 "전문가들의 진단과 의견을 통해 이같은 불안과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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