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정부가 마련한 기초연금안을 놓고 여야의 논쟁이 뜨겁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도록 한 조항을 두고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기초연금 정부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날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게 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 391만명 중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미만일 경우 20만원을 받고 가입기간이 11년~20년인 38만명은 10만~19만원을 받는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이 같은 안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 이득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수령하고 기초연금을 추가로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 가입하면 할수록 총 연금액(국민연금+기초연금)이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사의를 표명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신해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날수록 총 연금액(국민연금+기초연금)이 순이득(총 연금액-총 보험료) 보다 항상 증가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기간이 길어져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국민연금으로부터 받는 추가적인 이익이 있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유리하다. 이는 국민연금 구조 자체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국민연금 가입자가 낸 돈에서 절대 손해가 없다"고 덧붙였다.
복지위 새누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도 "기초연금은 아주 빈곤한 노인세대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조세로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기초연금을 조금 적게 받을 수밖에 없지만 순소득은 높아진다. 그걸 불평등으로 간주한다면 (기초연금을 못 받는) 상위 30%도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 수령액이 감소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국민연금 미가입자나 단기 가입자에 비해 적은 금액의 기초연금을 지급받게 돼 결과적으로 불평등이 발생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돈을 납입한 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총 연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득을 본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총 연금액(국민연금+기초연금)에서 총 납부 보험료를 빼도 항상 많다는 말은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은행에 예금하면 내가 낸 원금 보다 많이 받는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며 "국민을 어리석게 보지 말라"고 질타했다.
같은당 이언주 의원도 "공약대로라면 65세 이상 모든 노인이 기초연금 20만원을 받는 것이고, 설사 공약이 지켜지지 않더라도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라 2028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 70%는 무조건 20만원을 받게 돼 있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약 후퇴를 발표하면서 슬그머니 기초연금을 깎았다"고 비판했다.
여야 지도부도 공방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40~50대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와 미래세대가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홍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기초연금을 세대갈등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이러한 무책임한 행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참으로 나쁜 야당'이라는 국민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국민연금은 자신이 보험료를 내는 것이므로 가입기간이 긴 사람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한 금액을 더 많이 받는 건 당연하다"면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이익'이라는 박근혜정부의 견강부회적 설명은 국민을 또 한 번 우롱하고 속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민 최고위원도 "국민연금 성실 납부자의 기초연금 감액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들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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