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가 폐쇄에 들어갔다.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를 둘러싸고 벌어진 민주당(상원)과 공화당(하원)의 극한 대립이 원인으로, 협상 마감시한이던 9월30일까지 2014 회계연도 잠정 예산안 합의 도출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미국 연방정부 폐쇄로 210만 명의 미국 정부 공무원 중 40%인 80만명이 무급 휴가에 들어가게 됐지만 전체 예산의 60%를 차지하는 의무적 지출은 집행된다. 국방, 치안, 통관·공항, 소방 등 기본적 사회 안전망을 비롯해 주식과 채권시장도 정상적으로 열린다.
2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 연방정부 폐쇄가 국내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소식이 전해진 전날 국내 금융시장은 평온한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코스피시장은 외국인 순매수로 전일 대비 0.1% 상승 마감했고, 국고채3년물 금리는 2bp 오르는 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도 1.2원 하락하며 최근의 원화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폐쇄 자체보다 향후 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관건
삼성증권의 김용구 애널리스트는 "1984년부터 1996년까지 총 6차례 있었던 미국 연방정부 폐쇄 기간 중 평균 주가등락률은 -0.2%에 불과했고, 그나마 재개 이후에는 이내 만회됐다"며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예산안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연방정부 폐쇄라는 파행으로 치닫게 됐지만, 이는 양당 모두에 정치적으로 크나큰 부담이라 곧 신속한 협상과 정치적 타협이 수반됐다고 전했다. 이에 이미 수 차례 경험을 통해 누적된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 정부 폐쇄의 부정적 효과가 미풍에 머물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미국정부 폐쇄 기간도 단기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사례로 볼 때 1995년외에는 그 기간이 3일을 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향후 미 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재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의 한범호 애널리스트도 "이번 미국 정부 폐쇄는 역사상 18번째인데, 전체 예산의 60%인 핵심 지출은 집행되고, 직접적인 충격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풀이했다.
1980년대 이후 11차례 정부 폐쇄는 코스피에 중립적인 영향에 머물렀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긴 하나, 채무한도 증액 마감 시한(17~21일)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고, 채무한도 증액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정치적 합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HMC투자증권의 이영원 애널리스트는 다소 신중한 시각이다. 그는 "과거 연방정부 폐쇄의 경험은 금융시장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연방정부 폐쇄는 부채한도 증액 협상과 연계돼 최악의 경우 미국 국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정책적인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신용등급 강등 등 추가적인 혼란이 이어질 수 있어 정치권 협상을 배제한 판단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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