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한 치의 타협도 없는 대치 국면을 지속하고 있어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과거 역대 정부에서도 여야간 갈등은 많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방송 관련법 개정 등의 충돌로 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장기 농성을 벌였고, 4년 동안 단 한번도 여야가 예산을 합의해 통과시키지 못해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지속되고 있는 정치권의 대립은 그 성격이 달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정부 초반의 여야 충돌은 주로 여권이 핵심 쟁점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53일의 장외 투쟁을 벌였던 사학법,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 입법과 이명박 정부 당시 여야간 빈번한 물리적 충돌의 원인이 됐던 4대강 사업, 방송 관련법 갈등은 옳고 그름을 떠나 당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양산 과정에서 드러난 이견에서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여야의 갈등은 핵심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 출범 후 7개월 동안 논란의 중심은 주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여부와 그 과정에서의 사초 실종,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등으로 과거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시작된 사초 실종 사건은 더욱 문제가 크다. 이미 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국민의 판단이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정치권의 공방만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물론 사초 실종 의혹의 파장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지만, 검찰 수사 외에 정치권의 공방으로 의혹이 해소될 성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 연일 이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설전은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역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5~6일 전국의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이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9.5%,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30%로 조사됐다.
더욱이 야당 지지 성향의 응답자들은 물론이고 여당 지지 성향의 응답자 40%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국회 본연의 업무는 입법과 예산 심의다. 여당은 입법을 통해 정부를 뒷받침하고, 야당은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 경쟁한다.
여야는 다른 철학을 바탕으로 정권 획득을 위해 민의를 대변한다. 때로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갈등을 벌이는 것이 숙명이다. 그러나 정치가 과거에 얽매여 국민의 미래를 위한 정책 도입을 도외시한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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