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동양그룹 사태의 각종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가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김 대표는 거듭 "그룹 구조조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기업어음(CP) 발행 문제나 법정관리 신청 등의 결정에 참여한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저 개인에 관한 추측성 기사와 오해로 회사의 회생개시 절차가 지연됐다는 생각에 더욱 착잡하다"고 말했다.
CP문제에 대해서는 김 대표는 "CP발행의 당사자인 동양레저, 동양인터네셔날, 동양의 대표들은 그 분들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회사가 수천억의 CP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CP를 산 계열사들도 언제 CP를 산지도 모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 모든 정책을 만들고 운영한 분들이 아마 보이지 않는 손이거나 구조조정의 실세들일 것"이라며 "동양생명을 매각하거나 동양시멘트를 우회상장하고 다시 물적분할 하거나 그룹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말 그대로 동양그룹의 구조조정 업무에 저 같은 장사꾼은 절대로 개입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 문제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신청 전날 지급어음결제에 부도를 예상하고 그룹 법무실에 자문을 구했지만 이미 3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며 "단 하루만에 아무런 준비없이 긴급히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솔직히 법정관리를 염두에 두지 못한 마지막 일주일이 너무나 아쉽다"며 "조금만 준비라도 했으면 회생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동양그룹 경영진의 사기성 CP 발행 및 판매 의혹과 관련해 동양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다음은 김철 대표가 자신을 둘러싸고 증폭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해명이다.
- 2년만에 초고속 승진
구매시스템 개선 작업을 하던 제가 2010년 주식회사 미러스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이미 그룹은 재무구조가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었습니다. 전자입찰, 전자결재 등 구매시스템 전반을 젊은 개발자들이 작은 회의실에 단 5천만원에 성공적으로 개발했고 타 기업의 경우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한 시스템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만큼 국내 최고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후 당시 그룹의 전 현직 기득권 세력의 압력과 반대를 무릅쓰고 강남구청에 가서 자본금 1억원의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당시 그 어느 계열사도 출자 의사가 없었고 여력도 없었기에 대주주로부터 20억원 가량의 통장을 받아서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미러스를 설립하면서 대표이사가 됐을 뿐 단 한번도 승진을 한적이 없습니다.
- 동양그룹에 입사한 과정
저는 부끄럽지만 학창시절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주변에 학벌 좋고 능력 좋은 분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나서기도 부끄러웠고 어딘가 기사라도 뜨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했습니다.
동양에 오기 전 솔본미디어 대표시절에 기획하고 시작한 인천공항 환승라운지 사업은 언론에서 얘기하는 저의 마이너스 사업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공항내 1천800여평의 시설은 연간 엄청난 수익과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단, 포커스신문사 사업부문 대표시절 트레블앤레져 사업은 제가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다른분이 하다가 사직하는 바람에 잠시(3개월) 런칭 시점 당시에만 겸직했던 프로젝트며 어차피 당시 1년만 근무하기로 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동양그룹에 오게 된 계기는 이혜경 부회장께서 디자인 경영에 관한 포괄적인 계획안을 원하셨고 배운 바는 짧지만 실무와 이론이 적절히 융합됐다고 판단해 전문가의 추천을 받으신 것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일종의 컨설팅을 의뢰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입사를 거부했고 나이 먹고서야 하고 싶어진 공부를 위해 유학준비를 서두르는 상황이었지만 업무가 갈수록 방대해지고 다양한 숙제를 받으면서 수 개월 후 자연스럽게 회사에 들어오게 됐으며 제가 대표를 맡은건 저 스스로 미러스를 설립하면서 였습니다.
동양네트웍스가 합병을 마친 직후에 저는 사의를 표명했으나 신임대표 선임문제로 올 해 초까지 연기됐고 그사이에도 수차례 사의를 표명하던 차에 올 1월 모든 자회사 대표에서 사임했습니다. 그리고 공동대표인 현승담 대표에게 각 사업본부별 인수인계를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법정관리 신청 일주일전, 저는 미국에서 긴급히 귀국했고 2012~2013년 장시간 해외에서 새로운 벤처사업과 학업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해외도피 내지 해외 비자금 등의 어이없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관희 여사 오리온 주식 무상대여
먼저 이관희 이사장님으로부터 대여받은 주식으로 긴급 유동화한 1천500억원 가량은 이미 전액 동양레저, 동양 등의 자산인수에 사용됐습니다. 이는 작년12월경 약 300억을 막지 못하면 부도에 맞을 처지에 놓이게 돼 있는 동양 측의 간곡한 협조 요청에 응한 것입니다.
애초에 각 사의 요구는 CP를 매입해 달라는 것이었지만 저는 대여금으로 엄청난 금액의 CP를 받는 모험을 할 수 없었고 모든 자산을 검토해 감정평가를 통해 정상가격에 인수, 동양레저와 동양에 자금을 유입시키기로 했습니다.
최근 오리온 주식의 증여 결정은 신속히 처리해 당시 법정관리 등의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로 했으나 동양네트웍스의 300억원 이상의 법인세 납부 문제 등에 부딪혀 법적검토를 신속히 진행하던 중 회생개시 신청이 되는 바람에 보류된 상태입니다.
- 웨스트파인 골프장 인수
제가 골프장 매각을 막은게 아니라 매각에 실패한 골프장을 제 값에 사준 것입니다. 동양레저 소유의 웨스트파인 골프장은 그룹에서 2011년 말부터 그룹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 1년여 넘게 매각 작업을 진행했으나 가격 조건이 안 맞는 등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개입하게 되고 결국 동양네트웍스가 올해 상반기 감정평가를 통해 800억원 가량에 웨스트파인 골프장을 인수했습니다. 운영은 다시 동양레저에 보증금과 월 임대료(4억5천만원)를 받고 위탁했습니다.
이후 동양레저는 돈을 받고도 우리은행으로부터 250억여원의 담보 해제를 못한 상태였습니다. 골프장 담보로 500억원의 자금을 사용하는 상태에서 800억원에 산 골프장을 불과 두세달만에 다시 600억원에라도 매각해 다시 그룹을 지원해야 한다는 그룹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이는 상장기업으로서 투자자의 이익을 훼손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당시 골프장을 담보로 500억원의 자금을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600억원에 매각하는 것은 자금적으로도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 동양매직 매각
동양매직 매각은 제가 하던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현재 ㈜동양의 자산입니다. 동양매직은 원래 상장기업이었습니다. 최근 동양과 합병되면서 상장폐지 됐고 얼마전 매각을 위해 다시 물적분할 되는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교원, 현대백화점(KTB) 등의 인수의향이 있는 회사 중 교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는 공시를 열람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와는 아무런 관련없는 그룹의 구조조정 업무입니다. 이후 8월부터 9월 중순까지 KTB PE에 최단기간 매각에 협조하기로한 동양네트웍스가 600억원 후순위 LP 로 참여하기로 했고 저희 동양네트웍스는 이후 날려버릴지도 모를 후순위 투자에 3년후 IPO를 전제로 동양매직의 콜옵션을 당연히 요구하게 됐습니다.
600억원의 투자를 계열사 긴급자금을 위해 도박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그룹입장이 아니라 저희 동양네트웍스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거래 가능성, 그룹 리스크 등의 문제가 언론에 부각되기 시작했고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의 이탈이 시작, 결국 매각에 실패한 것입니다.
이밖에 동양 TS, 동양온라인, 각종 부동산 계열사 주식 등을 올해 초부터 인수해 동양, 동양레저에 자금이 건너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동양네트웍스가 그룹의 주요 자산을 사 모은 것이 아니라 자금이 필요한 계열사에 CP대신 자산을 인수해 주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뤄진 일입니다.
지난 6년간 매각을 시도한 모든 그룹 자산을 급매로 처분하지 않고서는 대책이 없었고 결국 헐값 매각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상장법인이 장부가에 터무니없이 못 미치는 가격에 자산을 매각하는 것 또한 너무나 위험천만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매각에 실패한 자산을 대주주께 차용한 돈으로 올해 초부터 동양네트웍스가 정상적인 가격으로 인수해 준 것입니다. 이후 동양네트웍스가 그 모든 자산을 다시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 한일합섬 매각 및 동양파워 매각 한일합섬 매각에 대해서는 동양네트웍스와 일절 관련된 바가 없기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한일합섬내 패션사업부문, 원피무역을 하는 동양아메리카 등의 사업들이 부도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동양네트웍스는 이 사업을 가치평가 후 ㈜동양으로부터 인수해줬습니다.
패션 비지니스의 경우 장기간 적자에 허덕였지만 인수1년이 안된 지금 비용과 부채를 현격히 줄여나가고 있고, 쇼핑몰 등이 대형 모바일몰 사업에 낙찰되는 등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피사업 역시 무역업자체를 다변화하고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로 시장을 확대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추가로 동양파워 매각 협상 역시 단 한번도 참여한적도 관심을 가진 적도 없습니다. 회생개시 신청 4일전 동양시멘트와 회장님이 직접 진행하신 마지막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 들었기에 법정관리 신청은 저 역시 상상도 못했습니다. 어떤 이유로 결렬됐는지 조차 알지 못합니다.
- IT사업 매각 실패 동양네트웍스의 IT사업 매각 역시 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략기획본부와 동양증권 M&A 팀이 중심이 돼 추진하여 온 사안이며, 수개월간의 협상 후 해당기업 대표로서 최종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매각방식이 이사회를 통해 동양증권, 동양생명과 맺은 유지보수 계약을 연장하고 그 영업권을 판매하자는 것인데 이는 절대로 쉽지 않은 방법이었고 너무나 위험한 방법이었습니다.
회사 사업부문을 다시 분할해 판매하는 것도 동양네트웍스의 우회상장 등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 그룹 전략기획본부와 저의 공통된 판단으로 매각이 결렬됐습니다.
-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개입설 제가 현재현 회장님 이하 동양그룹과 동양시멘트 경영진, 동양시멘트 이사회를 장악했다는 해괴 망측한 발상인데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저와 그룹이 대치한 상황처럼 비춰지는 이때에 그룹이나 이사회가 제 말을 듣고 그 많은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게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현 회장님께서는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전일까지도 모 그룹 회장님들과 만나 자금유치 협상을 벌이셨습니다. 마침 일요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해있던 제가 수행을 했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문제는 사전에 기획되지 않았음을 명확히 밝힙니다.
- 주가조작 및 비자금 관련 저는 동양에 입사한 후 동양증권의 증권계좌를 처음 개설하고 1천만원을 입금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실 역시 주가조작 관련 기사를 보고 생각이 났습니다.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평생 단 한 주의 주식거래를 한 바가 없습니다. 심지의 제가 대표로 있는 동양네트웍스의 주식조차 한 주 갖지 못했습니다. 주식거래도 할 줄 모르는 데 어떻게 주가조작을 할 수 있겠습니까.
비자금 관련해서도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젊은 놈이 호기심이 많아 소비가 좀 많긴 하지만 특별한 금융거래를 해본 적도 없는 제가 비자금을 만들고 옮긴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현재현 회장님 일가가 비자금이나 만드시는 분들이라면 저는 벌써 이 모든 상황을 회피하고 미련없이 떠났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금감원이나 검찰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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