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KB국민은행이 차세대 주전산시스템으로 메인프레임이 아닌 유닉스를 선택했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메인프레임 고객 중 한 것으로 한국IBM의 메인프레임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 초 부임한 셜리 위-추이 한국IBM 대표는 한국IBM의 5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메인프레임을 선택하고 국내 메인프레임 주요 고객 5곳을 집중 관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IBM의 전략이 주효하지 못한 모양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스마트사이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한국IBM 뿐만 아니라 한국HP, 한국오라클 등 주요 유닉스 서버 벤더에게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는 KB국민카드 또한 독자적인 유닉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의 사업 규모가 총 1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015년 종료되는 IBM과의 메인프레임 계약을 갱신할 것인지, 아니면 유닉스 플랫폼으로 시스템 규모를 줄일 것인지를 검토해왔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지난 해부터 IBM에 메인프레임 장기 공급 계약인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 갱신에 따른 비용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향후 전산장비 도입시 전체 감가상각비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시스템 기종을 선택하겠다는 구상이었다.
IBM OIO 계약은 계약기간 동안 비용을 나눠서 지불하도록 한 것으로 초기에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고가의 솔루션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과 유지보수, 서비스, 컨설팅 등을 장기 계약으로 공급한다는 특성 때문에 OIO 계약은 IBM 하드웨어 중 메인프레임에 국한된 계약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OIO 계약은 일반적으로 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비쌀 수록 할인율이 높아져 3~5년의 기간을 두고 계약을 진행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7년 간 2천100억원 규모의 OIO 계약을 맺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IBM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OIO 계약은 중간에 계약을 파기할 경우 막대한 추가 위약금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중간에 계약 수정시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 당시 장비 규모를 정확히 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계약 만료 시점 보다 2년여나 앞서 전산시스템 기종을 결정해 위험성을 낮추려 했던 것이다. 앞서 우리은행의 경우 IBM과 협상을 벌여오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시일에 쫓겨 OIO 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KB국민은행 측은 "1년여 동안 진행한 개념검증(POC)과 컨설팅에서 유닉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향후 장비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 구축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거세지는 脫 메인프레임 바람
KB국민은행까지 주전산시스템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키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의 탈(脫) 메인프레임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은 국내 금융권 중 최대 용량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KB국민카드과 함께 20만MIPS를 사용 중인데 이는 전 세계 메인프레임 사용 고객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용량 규모다.
그동안 메인프레임을 주전산시스템으로 활용하던 IBK기업은행과 경남은행, 동부화재 등이 최근 유닉스 플랫폼 전환을 결정다. 현재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는 은행은 한국은행과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제주은행 정도다.
이같은 탈 메인프레임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폐쇄적인 환경과 고비용 구조, 대체 기술의 진보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메인프레임의 폐쇄적인 시스템은 최고의 보안성을 제공하긴 하지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데 제약이 많고 새로운 업무 개발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을 받는다.
물론 메인프레임 진영에서 주장하듯 메인프레임 또한 기술 개발을 통해 리눅스나 유닉스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하지만 다른 플랫폼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솔루션을 구매해야 하는 터라 비용이 이중으로 들고 메인프레임 장비와 유지보수 비용이 타 플랫폼에 비해 비싼게 사실이다.
특히 유닉스 플랫폼의 경우 메인프레임에 준하는 성능과 안정성, 가용성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진보했으며 최근에는 x86 플랫폼까지도 고성능과 고가용성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라 메인프레임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IBM과 유니시스, 후지쯔 등이 국내 시장에 메인프레임을 공급했지만 현재는 IBM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메인프레임이 변신을 거듭해 오픈 환경에 대응하고 있지만 비용절감이라는 IT시장의 대세를 거스를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공생 정책을 내놨어야 하지만 한국IBM은 본사 방침 등의 이유를 들어 고객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이 또한 국내 메인프레임 사업의 실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 측은 "전 세계 시장에서 메인프레임 시스템은 여전히 선호되고 있고 IBM 메인프레임 사업 또한 성장세에 있다"면서 "IBM 메인프레임 사업부는 분산 DB서버의 통합 및 빅데이터,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통합 플랫폼으로서 메인프레임의 보안 및 안정성을 적극 홍보하고 시장의 요구에 맞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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