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오라클과 구글 간의 ‘자바 특허전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1라운드에서 완패했던 오라클이 역전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기의 전쟁’으로 불린 오라클과 구글 간의 자바 특허 소송 항소심이 4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서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재판 초반 분위기가 오라클 쪽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관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이번 재판을 취재한 일부 기자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1심에서 구글 손을 들어줬던 윌리엄 앨섭 판사의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 1심 판결에 계속 의문 제기"
지난 해 5월 1심 재판 당시 배심원들은 안드로이드가 자바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평결했다. 하지만 자바 API 이용은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면서 사실상 구글에 면죄부를 부여했다.
1심 재판을 주관한 윌리엄 앨섭 판사는 배심원 평결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일종의 프로그램 코드인 API는 특허권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앨섭 판사는 API는 개별적인 저작물보다는 저술 작업을 할 때 참고하는 도서관과 더 가까운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대해 오라클은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특히 오라클은 항소이유서 첫 머리부터 '해리포터' 시리즈를 무단 도용하는 '앤 드로이드'란 가상의 소설가를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1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린 항소심은 첫 날부터 분위기가 1심과는 사뭇 달랐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포스페이턴츠는 이날 로이터통신 댄 레빈 기자와 리코더/로닷컴 스캇 그레이엄 기자가 올린 글을 소개했다.
댄 레빈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오라클/구글 공판 (취재를 마치고) 막 나왔다. 패널들이 앨섭의 판결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올렸다.
스캇 그레이엄 기자 역시 “항소법원에선 앨섭의 판결을 뒤집힐 것 같다”고 적었다. 그레이엄 기자는 또 “항소법원의 프레이저 판사는 앨섭 판사가 법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런 전망 만으로 오라클의 승리를 점치는 건 쉽지 않다. 오라클이 이기려면 자바 API 특허권을 인정받아야 할 뿐 아니라 구글이 '공정 이용'한 게 아니란 판결까지 받아내야 한다. 녹록하지 않은 승부란 얘기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 자체에 의구심을 나타냈다는 점만으로도 오라클에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오라클, 자바 특허권-구글 특허침해 모두 입증해야
이번 특허 전쟁은 오라클이 지난 2010년 구글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오라클은 2009년 70억 달러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특허 공세를 시작했다. 오라클은 구글을 제소하면서 60억달러 가량의 피해 배상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은 구글의 완승으로 끝났다. 특히 재판 담당 판사인 윌리엄 앨섭은 아예 오라클 자바 API를 특허권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오라클 입장에선 KO 패나 다름 없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항소심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자바 API도 특허권으로 보호받아야 할 뿐 아니라▲구글의 자바 API 활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오라클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항소심에 임하는 오라클의 논리는 간단하다. 우선 API 특허권 문제에 대해선 미국 저작권법이 저작권에 대해선 상당히 포괄적으로 보호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적인 작품일 경우 제 아무리 성글거나 하찮을 지라도 저작권을 보호해주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또 구글이 자바를 이용한 건 상업적인 목적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공정 이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라클, 해리포터 등장시킨 항소 이유서로 눈길
오라클이 지난 2월 제출한 항소이유서는 내용 못지 않게 독특한 형식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총 78쪽 분량의 오라클 항소이슈서는 법률문서답지 않게 첫 머리부터 가상의 소설가를 등장시켰다.
'안드로이드'를 연상시키는 '앤 드로이드'란 가상의 소설가가 '해리포터' 시리즈 5권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그대로 베낀 뒤 문장을 살짝 바꾼다. 그런 다음 '앤 드로이드의 해리포터 5.0'이란 제목으로 조앤 롤링보다 한 발 앞서 출간한 상황을 가정했다.
원작자인 조앤 롤링이 저작권 침해혐의로 제소하자 앤 드로이드는 "해리포터 팬들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만 베꼈기 때문에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맞선다. 이럴 경우 과연 앤 드로이드의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겠냐는 것이 오라클의 주장이다.
오라클로선 '앤 드로이드'란 가상의 소설가와 '해리포터' 시리즈를 항소이유서 첫 머리에 등장시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덴 성공했다. 사안을 단순 명쾌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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