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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오면 일단 의심' 스미싱 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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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앱 폭증…대책은 개인 차원에 머물러

[김국배기자]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해달라는 문자가 온다. 취한 상태라면 의심하기 더 어렵다. 연말이 가까운데 송년회 장소가 첨부된 문자가 오고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인터넷에 무료로 가입을 시켜준단다. 확인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문자메시지(SMS)와 금융사기(phishing)를 결합한 스미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스미싱은 감시와 경고 속에서도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범람하고 있다. 기술과 수법도 나날이 발전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에 접수된 스미싱 피해는 2만8천469건, 피해액은 54억5천300만 원에 달한다.

◆스미싱에 쓰인 악성 앱 15건에서 2천여 건으로 늘어

정부와 보안업체들이 나서 스미싱을 감시하고 경고도 하고 있지만 스미싱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스미싱에 활용된 악성 앱 건수는 지난해 15건에서 현재(12월8일 기준)까지 2천137건으로 불어났다. 안랩에 조사결과에서도 지난해 29건이던 스미싱 악성코드는 올해 11월까지 4천677건으로 늘어났다.

스미싱은 주로 정치·사회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자나 특정 상황을 통해 이용자를 속이려 든다.

최근에는 연말연시 송년회 시즌을 맞아 송년회 장소와 시간을 첨부한 스미싱 문자가 계속 나타나고 연말 물품 배송이 증가하는 것을 노린 택배 사칭 스미싱도 등장했다. 한국도로공사를 가장해 차량이 무인단속장비에 적발됐으니 확인하라는 스미싱까지 나왔다.

앞서 한참 유행했던 '돌잔치 초대장'과 '모바일 청첩장'의 경우는 경조사를 챙기는 한국 사회의 문화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독도의 날'엔 독도 설문조사 메시지를 보내는 것 역시 시의성 있는 이슈와 애국심을 합한 지능적인 수법이다.

◆진화하는 스미싱…여전히 개인 차원 대책에 머물러

스미싱이 줄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기술적으로 교묘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까지 악용해 불특정 다수가 아닌 목표를 정해 행하는 '스피어 피싱'까지 나타났다. 이 경우 더욱 그럴듯한 스미싱 문자를 보낼 수 있어 의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침해사고탐지팀 이정민 책임연구원은 "스미싱 문자는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며 "얼토당토 않은 문자가 아니라 '차량 단속' 문자처럼 정말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상황을 가장하고 있어 무심코 문자에 포함된 앱을 다운 받으면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안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도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다. 이미 안랩과 잉카인터넷(대표 주영흠), 에스이웍스(대표 홍민표) 등 여러 보안업체들이 스미싱 차단 앱을 출시한 상태다. 이동통신사들도 KISA·보안업체들과 공동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스미싱은 개인 차원의 대책에 기대는 실정이다. 개인이 모르는 프로그램이나 앱을 다운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앱 중에는 설치되자마자 해당 스마트폰의 연락처들에 같은 내용의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하는 것도 있어 무심코 다운받을 경우 피해는 급속도로 늘어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스미싱을 포함한 해킹 수법이 매우 지능화돼 있어 개인이 손을 쓸 수준이 아니다"라며 "개인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바라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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