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CJ그룹 비자금 조성 및 횡령·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재판부가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조세포탈 혐의' 입증을 놓고 검찰과 이 회장 측을 압박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SPC가 어떤 목적으로 조성됐고, 어떻게 운영됐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면서 "SPC가 법인의 실체가 있는 것인지, 검찰이 말하는 단순한 페이퍼컴퍼니인지 설명해달라"고 검찰 측에 요구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로이스톤, 치산 등 4개의 해외 SPC를 통해 CJ주식을 거래, 215억원 가량을 조세포탈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이 SPC의 실질적 주체"라며 "각 SPC는 신주인수권을 취득하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이 회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은 홍콩에서 법인 계좌를 개설할 당시 현지 은행을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SPC를 설립할 차명 계좌를 추천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 부사장은 마음에 드는 회사 4곳을 선택했으며 계좌를 이용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부 SPC는 무역 및 투자 목적이라는 명목 하에 계좌 거래가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은행 계좌를 통한 페이퍼컴퍼니였다"며 "이 회장이 각 4개 SPC의 실수혜자라는 것은 거래 내역에서도, 관련자 진술에서도 인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역시 "이 회장은 1달러 짜리 회사를 설립했으나 물적, 인적 자원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이 회장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금을 사용했는데 이는 (개인) 재산 보유를 위해 결국 SPC 이름만 빌린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SPC 운영과, SPC 투자 수익이 이 회장의 개인을 위한 투자 수익이라고 보여진다"면서 "경영권 안정화 목적을 위해 신주인수권을 취득하고 이후 주식을 보유, 양도했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세회피 목적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 측이 주장한 해외 SPC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탈법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재판부는 "조세포탈을 적용하려면 부정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 회장은 탈법행위가 아닌 조세회피 행위"라며 "이 회장은 SPC를 통해 법적으로 허용된 조세회피 방법을 이용했을 뿐인데, 이를 이용한 것 자체로 부정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이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했다면 문제지만 그럴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면서 "SPC를 이용한 것만으로 이를 부정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다섯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회장 측 변호인도 "거래 주체 및 납세 의무자가 누구인지, 형사상 부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성립 되지 않으면 조세포탈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오전 공판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오후 4시쯤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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