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업체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그룹 승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6일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각각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양사의 합병안건을 통과시키고, 합병 및 합병방식과 비율 등을 최종 결정했다.
자산 규모가 큰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하는 방식이며,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4월께 합병하게 된다.
합병비율은 1대 0.18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1주가 현대엠코 주식 5.6주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셈이다. 현대건설이 합병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현재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72.5%를 갖고 있다.
양사는 이날 정오께 합병 사실을 공시할 예정이다.
시공능력 평가순위 13위인 현대엠코는 빌딩·도로·항만·주택 등 토목·건축부문이 전체 매출액의 84%를 차지하고, 시공능력 평가순위 54위의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등 플랜트 설계와 시공을 전문으로 한다. 2012년 기준 양 사의 총 자산은 3조5천737억원, 매출액은 5조1천455억원에 달한다. 단숨에 업계 8위권 업체로 도약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의 궁극적인 배경은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엠코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합병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현대엔지니어링 중심으로 이뤄져 현대엠코의 지분 25.06%를 보유한 정 부회장 지분율은 상당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합병을 통해 덩치가 커지는 만큼, 지분가치는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다.
합병회사가 기업 가치를 높여 상장하거나, 아니면 현대건설과의 합병 수순을 밟고 이후 코스피에 우회 상장하는 경우 모두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급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합병회사와 현대건설을 다시 합병하는 과정을 거쳐 보유지분을 매각, '실탄'을 마련한 뒤 지배 구조상 가장 약한 고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이번 합병으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순이 본격화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정 부회장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6%를 사들여야 한다. 약 5조원가량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주요 계열사 지분은 글로비스 31.88%(2조7천억원)와 비상장사 현대엠코 25.06%(증권업계 추산 5천억원)로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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