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여야 극한 대립 정치의 중심에 섰던 남재준(사진) 국정원장이 위기에 처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대선 개입 사건 등으로 수난을 겪었던 남 원장이 이번엔 '간첩 증거 조작'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처한 모습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야권 뿐 아니라 여권내에서도 남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당초 국정원과 검찰에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위조 의혹에 대해 '중국 정부에 요청해 받은 공식 자료'라고 했다가 중국 정부가 감정을 통해 증거가 위조됐다고 공식 밝히면서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일단 정부여당은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고 했지만, 국정원의 협조자 김모 씨는 자살 미수 사건 직전 쓴 유서에서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이라는 말까지 남기는 등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정원은 지난 9일 밤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검찰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1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증거 자료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면서 "검찰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되,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의 유감 발언 직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두 번째 압수수색을 받은 국정원은 최구 국가정보 기관이라는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셈이다.
야당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직접 나서 특검 실시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11일에도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도부 회의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남 원장의 해임을 강하게 요구했다.
여권에서도 남재준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증거 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며 "국정원장이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상응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 역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는 국정원장이 대충 '송구하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은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본인의 원칙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살이 부들부들 떨린다. 잘못하면 속된 말로 '훅 가겠구나'는 생각까지 든다"며 "여당이 이런 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