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남재준(사진)국정원장 책임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先) 검찰 수사, 후(後) 책임자 문책' 입장을 밝혔고, 당 지도부도 선 긋기에 나서고 있지만 당내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비박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12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사건에서 드러난 증거 조작 의혹은 매우 우려할만하다"며 "무엇보다 국정원이 보여준 일탈과 무능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 최고위원은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위조됐다는 것은 법 질서를 허무는 것이고 동시에 국정원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허무는 것"이라며 "위조 의혹에서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실정"이라고 질타했다.
심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증거 위조 사실을 알았다면 묵인 내지는 은폐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며 "국정원의 존재 이유라고 해야 할 대공수사와 정보역량이 조작된 증거나 가지고 있을 정도라니 충격이다. 국정원의 철저한 쇄신을 위해선 남 원장의 책임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비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SNS를 통해 남 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김용태 의원 역시 "남 원장은 스스로 판단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결정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친박계 4선 중진인 정갑윤 의원도 "국정원발 민심악화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면서 "대통령도 유감을 표시했듯 초유의 국정원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고 국정원 수뇌부 쇄신 등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번 사건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남 원장 해임 또는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두어 민심악화를 조기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우여 대표는 "이미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와 그에 상응하는 사후 문책을 강조한 바 있는 만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사전 문책론을 펴기 보다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그 결과를 기다린 후 책임을 논하는 게 온당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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