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홈페이지 해킹으로 발생한 981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해 KT를 상대로 하는 피해보상 소송이 잇따라 제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18일 오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자 1인당 100만원을 청구하는 공동소송을 제기한다고 발표했다.
경실련은 지난 2012년에도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KT에서 1년 간이나 지속적으로 98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지적하며,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공익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공동소송을 원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로부터 1~3심 재판에 필요한 인지세와 송달료 등 실비사용료 1만원을 받아 1인당 100만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경실련 뿐만 아니라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를 중심으로 네이버·다음 등에도 공동소송 제기를 준비하는 카페들이 수십개 생긴 상태다.
통신사나 포털 등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동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엔씨소프트(2005년), 국민은행(2006년), LG전자(2008년), GS칼텍스(2008년), SK커뮤니케이션(2011년)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동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과거의 소송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원고)가 승소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나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원고가 해킹 피해를 입증하고, 사업자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함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승소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GS칼텍스 사건의 경우 2만여명이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부과하지 않았다. SK커뮤니케이션에 대한 20여건의 소송 역시 이 중 단 2건만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이 마저도 상급 법원에서 심리 중인 상태로 피해보상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2년 KT고객정보 870만건이 유출된 것에 대한 공동소송은 법무법인 평강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법무법인 평강은 2만8천명의 피해자를 대리해 1인당 5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했으며, 현재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에서 심리 중에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항소심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SK컴즈 항소심을 맡았던 유능종 변호사는 "원고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KT나 SK컴즈 내부 전산시스템을 알기 어려운 구조에서 주의의무 위반 등을 입증해야 한다"며 "KT 홈페이지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은 거래내역 조회에 번호를 대입하는 방식이라 KT의 관리부실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개별 사건마다 입증의 여부와 정도가 다르고, 기업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 이번 KT의 소송전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키는 어렵지만, 승소 가능성이 높은 편은 아닌 상황인 셈이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계속 터져 나오면서, 기업에 '관대한 판결'이 계속되다간 고객정보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는 '도덕적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경실련은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개인정보 유출 피해보상 소송에서 기업의 의무위반을 입증해낸 변호인단이 이번 KT개인정보 유출 피해보상 소송에도 참여하는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는 "지난 2008년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제기한 피해보상 판결에 대해 2013년 1인당 20만원을 보상하라는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며 "2012년에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있는 KT에서 또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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