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벌써 차세대 플랫폼을 준비하는 걸까?”
페이스북이 25일(현지 시간) 깜짝 발표를 했다. 가상현실 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 VR을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현금 4억 달러에 주식 16억 달러를 결합한 조건이다.
이번 인수는 여러 모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하드웨어, 그것도 가상현실 전문업체를 인수했다는 것 가체가 화제거리다.
당연히 질문이 뒤따른다. “대체 페이스북은 무슨 생각으로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일까?”
◆모바일 강자 페북, 차세대 플랫폼 고민 시작
오큘러스 VR은 팔머 러키가 18개월 전인 지난 2012년 창립한 신생기업이다. 신생기업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 240만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본격 출범했다. 3개월 전엔 7천5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일종의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인 '오큘러스 리프트’다. 헬멧처럼 머리에 쓰게 돼 있는 HMD는 주로 3차원 가상현실 게임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제품이란 점이다. 당연히 페이스북이 무슨 생각으로 거액을 투자해 오큘러스를 인수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답의 일부는 오큘러스 리프트 자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오큘러스 리프트는 단순한 HMD가 아니다. 기껏해야 눈 앞에 3D 영상만 재생해주는 HMD와 달리 오큘러스는 사용자의 얼굴 움직임까지 인식한다. 게임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얼굴 움직임에 따라 게임 화면도 같이 이동하게 된다.
이번엔 페이스북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2012년 상장 당시 페이스북의 최대 고민은 모바일이었다. PC 기반에서 세계 최고 SNS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모바일 쪽이 취약했다. 그 때문에 한 때 페이스북 주가는 IPO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모바일 플랫폼을 확실하게 정복했다. 모바일 쪽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또 모바일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 수도 10억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바로 그 부분에서 페이스북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다음 플랫폼’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저커버그 "5년, 10년 뒤 내다본 투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이런 부분에 대한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이날 “모바일은 오늘의 플랫폼이다. 이젠 내일의 플랫폼에 대한 준비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또 오큘러스 인수에 대해 “가장 뛰어난 소셜 플랫폼을 만들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이번 인수를 통해) 궁극적으로 현재 우리가 일하고, 놀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선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산업 역사를 살펴보면 매 10년에서 15년 사이에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PC, 웹, 모바일로 플랫폼 주도권이 넘어간 기간을 살펴보면 저커버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결국 페이스북은 오큘러스의 가상 현실 기술에서 차세대 플랫폼의 비전을 발견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런 설명을 토대로 저커버그는 “오큘러스 인수는 미래 컴퓨팅을 염두에 둔 장기 투자”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의 발언을 좀 더 직접적으로 파고 들면 이런 얘기가 된다.
현재 주도적인 플랫폼인 스마트폰은 향후 5년에서 10년 쯤 되면 영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그 때 어떤 플랫폼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를까? 저커버그 설명대로라면 페이스북은 오큘러스가 갖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에서 그 비전을 찾았단 얘기가 된다.
저커버그는 이날 “게임쪽에 초점을 맞춘 오큘러스의 (개발) 계획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인수 이후에도 독립 조직으로 그대로 놔두겠다고 선언했다. 그 동안 해오던 게임 쪽 개발을 계속 진행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와 동시에 오큘러스 리프트의 활용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겠다고 선언했다. 운전경험부터 실시간 채팅, 가상 여행까지 좀 더 폭넓은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컴퓨팅 전쟁, 모바일 다음 무대는 VR"
깊이 있는 분석기사로 정평 있는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분석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에서 벗어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애틀랜틱의 분석이다.
애틀랜틱은 구글,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행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최근 자동온도조절기를 비롯해 홈 오토메이션 전문업체인 네스트를 인수했다. 구글은 또 로봇 회사도 여럿 손에 넣었다. 반면 애플은 케이블회사인 컴캐스트와 다양한 제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애틀랜틱은 페이스북이 드론 전문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모든 움직임들의 공통점이 바로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에서 벗어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이 애틀랜틱의 설명이다. 지금 정점에 이른 스마트폰 사업이 꺾이고 난 뒤 승부를 걸만한 차세대 플랫폼을 그 쪽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대표 투자사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크리스 딕슨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알면 알수록 가상현실이 다음 컴퓨팅 흐름의 중심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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