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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가업승계 세제지원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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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업승계 요건, 英·獨·日보다 불리"

[정기수기자] 국내 가업승계 지원 요건이 영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고 있는 현행 세제지원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상속증여세제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감안하면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65%에 달한다"며 "가업승계에 대한 과세 부담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세제지원은 일본이나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보다 불리해 원활한 승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상속·증여세제 개선책으로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납세유예제도 도입 ▲업력과 관계없는 동일한 가업상속공제한도 적용 ▲가업승계 지원 업종 제한 완화 ▲상속세 과세방식 변경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 재설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가업승계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는 가업승계목적의 주식 증여시 증여재산가액 최대 30억원을 한도로 5억원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에 대해 10%의 저세율로 과세한다.

과세특례 적용주식은 부모 사망시 상속재산에 합산되어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갖추면 100% 공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30억원을 초과하는 증여주식은 10~50%의 일반 세율로 과세된다.

대한상의는 "현행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는 도입 후 7년째 동일한도인 30억원을 유지해 증여세 경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과세특례 최대한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거나 사전증여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상속시점까지 납세유예한 후 가업승계요건을 갖추면 증여세는 면제하고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 가업상속세로 정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이나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한 증여와 상속을 구분하지 않거나 증여세를 상속시점까지 유예하는 과세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상속과 증여를 구분하지 않는다. 독일은 상속과 증여 구분 없이 5~7년 간 가업을 영위하며 고용의 80~100%를 유지하면 가업승계자산의 85~100%를 상속세나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영국은 별도의 고용유지의무 없이 가업상속과 증여에 대해 동일하게 승계자산별로 50~100%를 공제한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피상속자의 과거 업력요건 규정도 원활한 가업승계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독일과 일본은 가업승계 지원에 피상속자의 과거업력 기간에 대한 요건이 없으며 영국은 2년간 가업을 영위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피상속자가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해야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상태다.

피상속자의 업력 기간에 따라 상속공제한도를 200억원에서 최대 500억원까지 차등 적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영국은 모두 피상속자의 과거업력기간과 관계없이 동일한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은 과거 업력이 아닌 가업승계 후 승계인의 가업유지기간과 고용창출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안종석 대한상의 자문위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업승계 세제지원의 취지인 기업의 영속성 확보를 위해서는 과거 업력보다 미래 성장가능성이 더 중요한 만큼 피상속자의 과거 업력요건 규정을 완화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열거된 업종에 한해서만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열거주의 방식으로 보안시스템 서비스업 및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 택배업 등 법에서 열거되지 않은 서비스업종은 가업승계에 대해 지원받을 수 없다. 반면 독일과 영국은 가업승계 지원 업종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일본은 자산관리회사 등 일부 업종만 지원을 배제하는 '포괄주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상속세 과세방식을 현행 유산과세방식에서 취득과세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과 영국은 상속인 각자의 상속분에 따라 분할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유산총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과세방식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 등을 비롯해 상속세제를 유지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상속인 각자가 취득한 상속재산을 과세기준으로 해 상속인별로 누진과세하는 취득과세방식을 사용한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가량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적으로 세율이 높아 개별 납세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가업승계 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경쟁력을 갖춘 장수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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