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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시작부터 '구글' 놓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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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드로이드가 타깃" vs 애플 "공격 대상은 삼성"

[김익현기자]“이번 소송은 구글을 겨냥한 것이다.” “무슨 소리?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은 삼성이다.”

삼성과 애플이 2차 특허 소송 시작부터 구글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삼성 측은 이번 소송이 자신들 뿐 아니라 구글까지 노린 것이란 점을 강조한 반면 애플은 자신들이 겨냥한 것은 삼성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특허 소송 중인 삼성과 애플은 1일(현지 시간) 모두 진술을 통해 공격 포문을 열었다. 특히 이날 애플은 예상대로 20억 달러 배상금을 요구하면서 삼성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따로 있다. 두 회사 모두 구글이 이번 재판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유리한 쪽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애플 "스마트폰 제작-판매한 건 삼성" vs 삼성 "소비자 선택권 제한"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 측 해럴드 맥엘히니 변호사는 모두 진술에서 “(특허 침해한)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은 구글이 아니라 삼성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삼성 측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썼다는 이유로 구글 쪽으로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다”면서 “사안을 호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맥엘히니 변호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재판을 철저하게 삼성과 애플간 분쟁으로 몰고 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글까지 포함된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를 상대로 한 싸움이란 인상을 심어줄 경우 배심원 평결에서 애플 측이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시작 전부터 표면적으론 삼성과 애플 간 싸움이지만 실제론 구글과 애플의 플랫폼 전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애플이 소송 대상으로 삼은 통합 검색이나 자동 완성 같은 기술들은 전부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포함시킨 것들이다.

삼성 측은 모두 진술에서 이런 점을 부각시켰다. 애플이 공격하는 제품은 전부 구글이 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

삼성 측 존 퀸 변호사는 “애플이 공격하는 것은 (삼성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애플 측은 시장에서 잃어버린 것을 법정에서 되찾으려 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특허 소송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구글 끌어들이는 것이, 애플은 구글 배제하는 것이 유리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전쟁인 이번 소송은 실제론 구글과 애플 간의 플랫폼 전쟁이나 다름 없다. 1차 소송과 달리 대부분 안드로이드 핵심 기능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을 비롯해 ▲여러 종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특허(647) ▲시리 통합 검색(959)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5개 특허권은 전부 삼성보다는 구글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애플 측 역시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측이 이번 소송을 ‘삼성과 애플 간 분쟁’으로 만들길 원하고 있는 건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분석된다.

우선 애플 입장에선 ‘외국 기업과 자국 기업’이란 대립 구도를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야만 배심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피해 사실 입증 면에서도 단말기 업체를 타깃으로 삼는 것이 편하다. 구글이 주요 소송 대상자가 될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과 기능을 놓고 공방을 벌여야 한다. 그럴 경우 일반인인 배심원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것이 간단하지가 않다. 게다가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업으로 직접 수익을 올리지 않고 있다. 애플로선 피해액을 산정하는 것도 수월치 않다.

애플이 모두 진술부터 이번 소송을 철저하게 삼성과 대립으로 부각시키려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 입장에선 이번 소송이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부각시키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자신들이 패배할 경우 안드로이드 폰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강조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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