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기자]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가 대한민국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 삼일째다. '세월호' 침몰 상황을 시시각각 지켜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아니 보편적 인류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찢기는 듯한 황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답답하고 암울한 것은 절대 되풀이되어선 안 될 이같은 대형 참사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대책과 수습 과정, 그리고 미디어의 보도 행태는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침통하기 그지 없다.
아니 더 나아가 이러다가는 한국 사회가 산적한 과제를 풀어내야 하는 신뢰 쌓인 집단 공동체 건설은커녕 치유할 수 없는 불신과 불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크나큰 우려가 앞선다.
사건 발생 초기 단계부터 '전원 구조'라는 어이없는 발표를 한 해경과 경기교육청. 오락가락 구조자 숫자 발표에 허둥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여기에 '생존자가 있는데 정부가 (구조를)의도적으로 막고 있다'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더라'고 비앙냥대는 신원미상의 민간 잠수요원 인터뷰를 장시간 보도한 대형 방송매체까지…실종자 가족을 찾은 총리는 물병세례를 받고, 대통령의 수습 대책도 불신받는 형국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엔 이미 구멍이 뚫렸다.
그야말로 '세월호' 침몰 사건을 둘러싼 불신과 위선적 태도에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처참히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 사회의 이같은 총체적 장애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근원한 것인지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혹여, 집권 여당 국회의원 비서관들이 국가 중앙선관위 서버를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시키는 나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축소수사 발표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는 나라. 국가기관이 부정선거를 저질러도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 나라. 국정원이 간첩 잡는다며 허위 증거조작을 하는 나라. 일당 5억짜리 황제 노역을 선고하는 나라. 재벌 총수가 수 천억의 회삿돈을 횡령해도 휠체어만 타면 풀려나는 나라.
그래도 '나와는 상관 없다'며 공동체의 정의를 외면했던 우리가 침몰하는 배의 선장과 항해사가 수 백명의 승객을 버려둔 채 제일 먼저 빠져 나오는 오늘 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아닐까, 스스로 고개를 쳐들기 어렵다.
정제되지 않은 루머를 차단하고 정확성과 불편부당성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며 생존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살펴야 한다는 언론의 재난보도 준칙을 다시 반복할 생각은 없다. 또 합리적이고 투명하며 책임 있는 상식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제라도 만성화된 사회적 죄악을 우리 아이들의 이름으로 반드시 징벌해야 한다는 말만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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