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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차 못건네겠습니다"…슬픈 촛불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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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덕수궁 무사귀환 촛불추모제의 현장

[정미하기자]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겠습니다."

노란리본이 30대 직장 남성의 서류가방, 50대 남성의 왼쪽 가슴, 40대 여성의 머리카락에 피었다. 한 손에 촛불을 든 100여명의 시민들은 조용히 마음 속으로 기도를 할 뿐이었다.

24일 저녁 7시 무렵 퇴근길에 오른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빌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한켠에는 "무능한 어른들 때문에 미안하다", "동생들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기적을 믿는다 제발", "꼭 돌아오길 바란다. 힘내 미안하고 미안하다", "얘들아 미안하다. 꼭 살아돌아와", "얼른 돌아와서 따뜻한 부모님 밥먹자. 조금만 더 힘내서, 꼭 돌아오길 어른들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조차 넘 미안하구나.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글이 가득했다.

걸음을 재촉하던 이들도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희생자의 무사생환을 비는 글을 읽거나 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광화문 인근의 직장인들은 물론 저녁 약속 장소를 찾아 이곳을 찾았던 이들이나 부부,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한 50대 부부는 촛불을 든 채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는 세월호 관련 소식을 읽어 내려갔다. 이들은 연신 "어떡해, 어떡해"라며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특히 많은 이들은 가장 많은 실종자를 낳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상당수의 글들은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날 자유발언을 한 30대 직장 남성은 서울시장 예비후보 정몽준 의원 아들이 남긴 글을 비꼬며 "미개한 국민이 될지언정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염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빠른 구조에 나서지 못한 정부를 성토하는 이들도 있었다.

촛불 추모제 장소 뒷편에는 "무능한 정부, 어찌 단 한명의 아이도 구해내지 못한단 말입니까"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추모 예배에서 한 목사는 "청와대는 재난 콘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대한민국의 선장은 누구냐"고 정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무슨 나라가 무슨 정부가 이런가. 가장 많은 배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가장 안전한 배를 만드는 나라, 아이를 구해달라고 부모가 무릎꿇는 나라가 아니라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고 미안하다며 정부 관계자가 용서를 비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단원고 교사가 남긴 글을 읽어내려가며 눈물을 삼켰다.

추모제 중간 폴리스 라인을 놓고 경찰과 시민들 간의 짧은 실갱이도 오갔다. 참석자가 늘어나자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5m 정도 뒤로 물렸다. 하지만 이를 놓고 시민들 일부는 "애들이나 가서 구해", "이런 정신이 있었으면 애들을 구하고도 남아겠다"며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무거운 침묵 속에 자신들의 기원이 이뤄지길 빌었다. 100여명의 시민은 찬 바닥에 종이 한 장, 비닐 봉투 한 장을 깐채 1시간 넘은 시간동안 자리를 지켰다. 친구랑 온 20대 젊은이부터 70대로 보이는 노신사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그저 촛불을 바라보며 무사생활을 기원했다. 그 사이로 그들은 간간히 눈물을 훔쳤다.

참여 시민들은 저녁 8시가 되면서 점점 늘어났고, 일산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 역시 눈길과 마음을 모두 추모제로 향했다.

두 시간여의 촛불 추모제는 밤 9시가 가까워서야 끝났다. 이들은 조용히 일어나 촛불침묵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의 불허로 동화면세점 앞을 큰 원을 그리며 두 바퀴 도는 것으로 그쳤지만 그들은 앞선 이들을 뒤따르며 마음을 나눴다.

동화면세점 앞을 돌고 난 뒤 이들은 큰 원을 만들어 섰다. 100여개의 촛불이 만든 작지만 큰 따스함과 불빛, 시민들은 그렇게 아이들이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빌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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