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료방송사업자들 사이에 월드컵 재송신에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우에 따라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월드컵 중계를 보지 못하는 '블랙아웃'까지 나타날 수 있어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 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중계 재전송을 두고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갈등이 확대되면서 정책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주무당국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자 간 계약 관계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공식 입장이지만, 물밑 중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 측 갈등의 핵심은 SBS·KBS·MBC 지상파 방송사 3사가 유료방송사업자들에 브라질월드컵 중계 추가 재전송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이를 지불할 수 없다는 것.
FIFA에서 7천500만달러(약 800억원)를 주고 브라질월드컵 중계권을 구매한 SBS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중계방송의 재송신 대가는 양사가 별도 협의하기로 계약했다면서, 기존 유료방송사업자가 지불하고 있는 가입자당 재전송료(CPS)와 별도로 대가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BS로부터 일부 중계권을 재구매한 KBS는 지난 22일~23일 브라질월드컵 재송신 대가 협의 요청 공문을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 차례로 발송했다. MBC 역시 같은 기간 브라질 월드컵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재전송료까지 함께 협의하자는 공문을 MSO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업계는 이미 재송신 협상이 끝났기 때문에 추가로 수수료를 지불할 수 없다며 반발한다.
이처럼 월드컵 재전송료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될 경우, 일부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월드컵 중계를 보지 못하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가 제시한 재전송료 기준에 반발해 KBS2 채널 송출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방송 송신의 문제와 저작권의 문제라는 틀을 근본적으로 깨고 새로 접근해가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재송신료 제도 개선 방안 마련 의지를 보였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이 즉각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방송법에 따르면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등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중계방송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차별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재송신 분쟁 관련 규정은 없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도 지상파와 케이블사업자간 공정한 협상이 가능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겠지만, 당장은 당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뒤따라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09년 3월 중계권료 문제로 무산될 뻔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지상파 방송 중계가 극적으로 성사된 바 있다. 당시 WBC 국내 독점 중계권을 보유한 IB스포츠와 국내 지상파간 중계협상이 결렬돼 우리 대표팀 경기를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당시 최시중 위원장은 IB스포츠와 3개 지상파 방송 사장단을 잇따라 만나 중계권 협상을 중재해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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