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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한다면서 '인터넷경제'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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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규제 역차별 심각-하]유연하고 합리적 규제로 활성화 도모해야

[정은미기자] 치열한 인터넷 경쟁에서 우리 인터넷 산업활성화를 위해 우리 정부의 유연한 인터넷 정책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는 ICT를 활용하는 '인터넷경제'의 또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산업은 매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터넷 경제'는 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그 어느 곳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영역이라는 점에서, 정책당국의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ICT 강국? 위기의 안방시장

그럼에도 현실을 돌아보면, 국내 인터넷 시장은 외국 기업들의 독무대가 심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 더욱 기세를 높이고 있다. 페이스북의 공습은 카카오톡, 라인 등 국내 기업들이 새롭게 개척한 모바일 메신저 분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는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비해 당장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가져올 파장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가입자 12억3천만명을 등에 업은 페이스북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절대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한 인터넷 업체가 조사한 글로벌 IT 업체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3년간 지속적인 트래픽 성장을 이루며, 지난해 10월 PC와 모바일을 합쳐 월간 순방문자수 1천755만명, 전체 도달률 49%을 기록했다. 전체 도달률 49%는 인터넷 이용자 절반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경쟁서비스인 네이버 '미투데이', 다음 '요즘', SK컴즈 'C로그' 등은 페이스북의 약진 아래 서비스를 접어야 했으며 '원조 SNS'로 불렸던 싸이월드 또한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인터넷 통계집계 회사 코리안클릭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산업의 모습은 외부인으로부터 안방을 내주고 있는 형국"이라며 "규제완화를 통한 공정경쟁 상황 조성과 국내 기업 지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강세는 뚜렷하다. 이미 오픈마켓 분야에서 이베이가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합병(M&A)하며 전체 거래액의 60~70%를 점유하고 있다. 새롭게 태동하는 소셜커머스쪽에서는 그루폰이 선도사업자 티켓몬스터를 인수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의 최강자 아마존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인 중국의 알리바바도 한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미 두 회사는 한국법인을 설립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두 업체가 한국에서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은 최근 드라마 '쓰리데이즈'에 오픈마켓 서비스 '타오바오'의 간접광고를 진행, 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특하게도 구글은 국내 웹 부분에서의 검색시장에서 2위에 머물러 있지만, 모바일 시장 검색의 관문이라 불리는 앱마켓에서는 구글플레이로 국내 시장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동영상 영역에서 유튜부는 국내에서도 확고한 1위에 올라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은 이들이 보유한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 콘텐츠가 작용한 측면이 적지 않겠지만, 우리 규제정책이 사실상 역차별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외국기업이든 국내 기업이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일부 글로벌 기업이 독점적으로 플랫폼 영향력을 유지한다면,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나서야 바뀌는 규제개선?

최근 한 드라마 주인공이 입은 일명 '천송이 코트'는 해외 쇼핑몰과 달리 국내 쇼핑몰에서 외국인이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결제구조가 이슈가 된 바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산 제품을 사려해도 쇼핑몰가입, 복잡한 결제, 본인 확인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보안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드는 데 제약이 되는 불필요한 규제로서 나타난 결과물이라면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국가간 경계가 없는 인터넷 산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 영향력은 더 직접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드라마 속 의상을 사기 위해 한국 인터넷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자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20일부터 신용·직불카드 등 카드로 30만원 이상 전자상거래 이용 시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어설픈‘ 해결책을 금방 만들어냈다.

이 방안은 카드사들의 반발로 당장은 무용지물인 상태지만, 대통령이 나서야 개선방안에 적극성을 띠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금방 개선방안이 뒤따르는 결제제도라면, 현재의 제도는 보안강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사실상 국내기업에만 불리하게 적용되는 규제라면, 글로벌 표준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2일에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규제 개선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권헌영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교수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인터넷 산업 규제의 공감대를 부정할 수 없지만 최근 규제는 이용자들의 이해와 시장의 현실과는 다소 괴리감이 크다"며 "현행 규제가 창조적 기업의 탄생에 진입규제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기업과 1인 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원활히 창출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시장에 진입 규제로 작용하는 장벽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가 규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를 관장할 범정부차원의 콘트롤타워와 혁신적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며 "청와대에 인터넷 정책을 총괄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포털에서 제공하는 웹툰도 성인용으로 분류되면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은 볼 방법이 없다는 것은 글로벌 표준에서 벗어나 있는 단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쇼핑협회 김윤태 부회장은 "정부가 전자상거래 진흥법안을 만들고, 글로벌 수준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폐지해 줬으면 한다"며 "소비자들이 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상품을 더 많이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전자상거래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등이 잘못된 인터넷 규제"라며 "지금 같은 상황을 그대로 두면 국내에서 사업하고자 하는 인터넷 기업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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