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발탁,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예상 밖 깜짝 인선에 정치권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논란 끝에 낙마하자 추가 인사 실패를 막기 위해 '검증'에 초점을 맞춘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자 역시 검증의 칼날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보수 성향이 강한 그가 과거 언론인 시절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쓴 칼럼이 문제가 된 것이다.
문 후보자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직전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두고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며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러진 데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야권에서는 강력 반발했지만 이때만 해도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사퇴 요구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결정타는 문 후보자가 중앙일보 재직 시절인 지난 2011년 교회 강연에서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었다.
문 후보자는 당시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분단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남북 분단을 만들게 주셨어. 저는 지금와서 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 후보자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민심도 문 후보자를 품어 주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당초 문 후보자를 감싸며 당내 반발을 잠재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친박 맏형격이자 차기 당권 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공개적으로 문 후보자에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자 입장을 선회했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말 철도노조 파업 장기화 사태 이래 5개월여만에 40%대로 떨어졌다.
이 무렵 청와대의 기류도 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해외순방 전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17일로 하루 연기한 데 이어 18일 '귀국 후 재가 검토' 방침을 밝혔다.
사실상 문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지만 문 후보자는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19일과 20일에는 연이틀 기자간담회를 갖고 "왜 내게 친일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아프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귀국 후에도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재가하지 않았다. 정치적 부담이 큰 지명 철회를 택하기보다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기다린 셈이다.
지난 주말 자택에 칩거하며 거취를 고민한 문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를 택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지 14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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