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상이한 연비 검증 결과 발표로 논란을 빚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표시연비가 부풀려졌다면서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관련 법상 연비를 부풀린 제작사에는 최대 10억원(매출의 1천분의 1)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대차와 쌍용차는 각각 10억원과 2억여원의 과징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산업부는 앞서 조사에서 현대차 싼타페,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는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양 부처간 통일된 결과 대신 부처별 결과를 발표하고, 각각 부적합 판정을 내린 차량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해당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와 산업부간 연비 인증 기준이 달라 업계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부가 연비 인증 주무부처로서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수입차 업체들의 차종에 대해 인증을 부여하고, 인증 수치를 에너지소비효율(연비)로 나타내도록 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국산 승용차와 수입차 일부 차종에 대한 연비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이같은 혼란을 가져왔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를 놓고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린 데 대해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이날 즉각 공식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현대차는 이날 정부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고 "싼타페(DM) 2.0 2WD AT 모델 연비에 대한 관련 정부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고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국토부의 지난해 연비 조사는 산업부가 적용해온 연비 인증 법규와 시험주체, 시험장비, 시험조건 등이 상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문제가 된 싼타페 2차종은 공인연비 인증 기관의 검증을 받은 시험 설비에서 법규에 명시된 조건에 따라 연비를 측정해 출시 전 인증을 받았다. 또 지난해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양산차 연비 사후관리'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산업부는 지난 2월 재조사에 들어갔다. 재조사 결과에서도 국토부의 판단기준인 복합연비에서 산업부 산하기관은 '적합'으로, 국토부 산하기관은 '부적합'으로 판단했다.
현대차는 "업계 등의 문제제기로 실시한 국토부의 재조사에서도 테스트 드라이버 등 두 부처의 연비 조사 조건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어 "정부 내 두 부처의 산하기관에서 1년에 걸쳐 각기 2차례 조사를 시행했으나, 시험 조건 및 적합여부 판단 기준이 상이해 각기 다른 시험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당황스럽고 대고객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현대차는 또 "행정 대상이자 객체인 기업은 어느 결론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며 "이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고 강조했다.
연비 조사 체계를 둘러싼 혼란과 혼선이 정부 내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정리, '연비 사후검증 일원화 방안' 시행으로 이 같은 혼선이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번 과정을 더욱 정확한 연비 제공의 계기로 삼는 한편 향후 당사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방침"이라며 "해당 차종 구입 고객 분들께 혼선을 초래하게 돼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점도 밝혔다.
이날 쌍용차 역시 양 부처간 연비 측정 기준이 달라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연비 검증 결과에 대한 공문이 전달되면 향후 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국토부와의 작년 조사결과와 올해 재검증 결과가 상이한 이유에 대해 검증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동일 시험기관이 동일 모델을 측정하더라도 검증 절차상에서 냉각방식, 운전자 운전패턴, 시험연료, 차량 길들이기 등이 서로 차이가 나면 연비측정 값이 다르게 될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날 아우디 A4 2.0 TDI,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짚 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등 수입차 4개 차종의 연비가 부적합이라고 발표했다. 또 이들 차종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MW 등 수입차업체들도 정부 부처의 상이한 조사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이의 제기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와 산업부가 제각각 서로 다른 결론을 내면서 자동차업체들이 혼란에 빠졌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어느 부처의 결론에 따라 움직여야할 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연비 사후 검증이 국토부 기준에 따라 일원화되면서 이같은 혼란이 재발되지 않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연비 조사 체계를 둘러싼 혼란이 정부 내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 보상은?
연비 검증 결과와 관련 이 같은 부처간 엇박자에 소비자 구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제조사가 연비를 부풀린 것이 드러나도 소비자에게 보상하도록 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연비 부풀리기는 '경미한 결함'으로 분류돼 있고, 경미한 결함의 경우 공개는 하지만 시정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 역시 이날 현행법에 개별 소비자에게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가 없다며 소비자 구제는 개별 소비자의 몫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개별 소비자가 정부 발표를 토대로 사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개별 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현대차 등 제조사들은 정부 부처의 상이한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이의제기에 나설 방침이어서 자발적 보상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게다가 현재 해당업체들이 보상할 법적 근거는 없다. 과장 표기된 연비 표시를 시정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보상토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 통과를 거쳐 공포된 후 1년이 지난 뒤에야 시행된다.
이에 따라 해당 차량 구매자들이 현대차와 쌍용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과징금 결정으로 인해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현대차 싼타페 소유자 3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지난 24일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져 법정 다툼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들은 1인당 6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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