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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만난 재계, 中 경협 결실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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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충칭공장 해법 모색, LG화학·SKT 등 MOU 체결…간담회서 현안 언급은 없어

[정기수, 민혜정기자] 국내 4대 그룹 등 주요 기업들의 총수 및 대표들이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현안 해결과 사업 기획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는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을 대중국 투자의 각종 현안을 풀 수 있는 최적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추진해 왔던 사업들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주석은 방한 이틀째인 4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중 경제통상협력 포럼(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경제인들을 대거 만났다. 이 행사에는 한국과 중국 기업인 42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시 주석은 이날 포럼에 앞서 4개 경제단체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4대 그룹 총수 및 대표를 비롯해 총 15명의 국내 재계 대표와 약 20여분간 별도로 티타임 형태의 VIP간담회를 가졌다.

다만 이날 자리에서 시 주석은 원론적인 얘기만 꺼내놓은 채 개별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효과'를 가장 기대하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그룹 내 최대 현안인 '충칭4공장' 승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이번 기회에 찾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현대차 충칭4공장 승인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날 포럼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에게 '충칭공장 승인 건과 관련해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현대차는 올해 올해 중국 내 현지 생산 목표를 전년 대비 6.8% 늘어난 110만대 규모로 잡았다. 하지만 중국 생산공장의 포화 상태로 공급 차질이 예상돼 4공장 착공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를 만나 자동차사업 협력방안을 추진하는 전략합작기본협의서에 합의한 바 있다. 협의서에는 현대차가 4공장 입지로 충칭을 우선 고려하고, 충칭은 필요한 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담았다.

하지만 3개월이 넘어선 현재까지 중앙정부의 추인을 받지 못하면서 충칭이 아닌 곳에 4공장이 건설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 주석 방한을 충칭공장 문제 해결의 적기로 봤다. 하지만 이날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확답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간담회장을 빠져 나와 충칭공장 승인 건의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 지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가동에 들어간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의 반도체 공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해 쑤저우에 8세대 LCD 공장을 가동한데 이어 시안 반도체 공장까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현지 13곳의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고 고용인원만 6만명을 넘는다. 국내를 제외할 경우 최대 규모의 핵심 사업거점이다. 삼성SDI도 올 하반기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그룹은 김창근 SK수펙스 의장이 중국 내 다양한 합작투자 현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김 의장은 중국사업의 최대 현안인 우한에틸렌합작법인의 생산 개시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성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지난 2006년부터 중국 시노펙과 손잡고 석유화학 공장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이미 공장은 완공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유화제품의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현재 중국 상무부의 비준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SK 측은 이번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우시(無錫) 공장 등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SKC와 SKT가 중국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체결했다. SKC에서는 박정석 부회장이, SKT에서는 임형규 부회장이 업무협약식에 참석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비즈니스 현안 해결에 나섰다. 구 회장은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의 현지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이 중국 2차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도 광저우에 8세대 LCD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톈진에는 자동차부품 소재공장을 세우는 등 중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LG화학과 중국 난징시 인민정부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JV를 설립하는 투자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LG화학은 난징 배터리 공장을 통해 글로벌 OEM 및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진출을 확대해 전기자동차 전지 생산 세계1위를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당장의 현안 해결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중국의 거물급 경제인들과 한꺼번에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포럼 후 신라호텔 영빈관에 마련된 삼성전자와 LG전자 전시관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안내로 둘러보기도 했다.

시 주석은 삼성전자의 초고화질(UHD) TV와 갤럭시 S5 스마트폰, LG전자 스마트폰 ‘G3’와 전기차 배터리 등 전략제품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관심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시 주석 일행을 맞았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LG 관계자 역시 "(시 주석이) 곡면 OLED TV와 전기차용 배터리에 관심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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