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료음원 사이트에 음원 가격을 올릴 경우 자동결제 가입자들로부터 전자결제창을 통해 동의를 받도록 하자 업계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구글·애플 스트리밍 서비스가 국내에 진출하면 국내 법적용을 받는 국내 유료음원 사이트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 6월27일 유료음원 사이트에 전자상거래법 위반을 들어 시정 명령을 내리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멜론·소리바다·벅스·엠넷 등 4개 음원사이트에 대해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에 인상된 금액으로 자동결제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들 사이트가 전자상거래법 8조2항 '전자적 대금지급 고지 확인절차 제공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사업자가 소비자가 결제를 할 때 재화의 내용과 종류, 가격, 제공기간을 표시한 전자적 대금 결제창을 제공해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적 대금 결제창은 쉽게 말해 인터넷 상에서 음원 등을 유료콘텐츠를 구매할 때 주민번호와 함께 신용카드·자동이체와 같은 방법을 정해 해당 정보를 입력하는 팝업창을 말한다. 이들 사업자들이 공정위 제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해당 음원사이트는 앞으로 상품구성 및 요금변동이 있을 때마다 전자결제창을 통해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업자들은 약관규제법에 따라 홈페이지 공지, 홈페이지 팝업, 고객 메일 등의 방법을 통해 음원 가격 인상에 대힌 고지를 했다며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에 자동결제 금액이 변경됐다"는 공정위의 판단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음원사이트 관계자는 "약관규제법에 따라 2013년 1월1일부터 인상된 음원가격이 적용되는 신규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2012년 12월부터, 2013년 7월1일부터 적용받는 기존 고객에게는 그 한 달전부터 이메일과 홈페이지를 통해 음원가격 인상을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학계 일부에서는 약관규제법에 따라 공지를 하고 있는 음원사이트 사업자에 추가로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한 것은 과도한 행정규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법대 교수는 "약관규제법에서 이미 구두나 홈페이지 공지, 이메일 등으로 상황에 맞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법은 처음에 청약을 하고 승낙해서 계약이 성립되는 최초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조항이지, 수백만 명의 기존 가입자에게 계약 내용이 변경될 때마다 전자결제창으로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법을 무리하게 확장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정말 공정위가 위법하다고 생각하다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법을 개선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음원사이트 사업자들은 또 음원서비스 가격 인상이 2013년 1월1일부터 시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명 온라인음악전송 사용료 '징수규정개정안'에 따른 외부적 요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음원 권리자들의 음원 가격 인상 요구를 수용한 문화부의 법안 개정으로 인한 음원 가격 인상임에도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소비자 몰래 요금을 인상한 것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원 가격이 오르면 어렵게 모은 기존 사용자들이 이탈할까봐 그나마 신규 가입자들에 비해 6개월의 유예를 둔 지난해 7월1일부터 음원가격을 올린 것"이라며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는 이러한 외부적 요인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어, 악덕 사업자로 매도돼 서비스 사업자로서 이미지 실추가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구글과 애플이 우리나라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과도한 법이 적용돼 기존 가입자들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용자에 까다로운 정책으로 인해 유튜브 등 이용이 간편한 해외 사이트 사용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애플·스포티파이 등 해외 거대 기업들의 음악 업계 진출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나란히 경쟁하는 국내 음원업계에 역차별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음악도 유료'라는 인식이 어렵게 만들어졌는데 이번 제재로 가입자들을 뺏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소액결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고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니 전자상거래법이 개정된 것 아니겠냐"며 "예전에는 약관규제법에 따랐다고 해도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이 유료 음원 사이트에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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