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삼성과 반올림간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판이다. 보상이 먼저라는 삼성과 달리 반올림측이 사과를 재차 요구하고 나서면서 보상안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16일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5시간30분동안 4차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차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이 지난 3차 협상에 제시한 '보상위원회'를 반올림측이 거부했고,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등 부분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견을 보였다. 피해 보상 범위에 대해서도 입장차가 컸다. 특히 반올림은 삼성측에 사과를 다시 하라 요구, 이 문제로만 3시간 가까이 진전없는 논의가 이어졌을 정도다.
이날 자리에는 삼성전자 측에서는 커뮤니케이션팀 백수현 전무, 백수하 상무 등이, 반올림 측에서는 황상기(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 아버지)씨, 반올림 활동가 등 16명이 참석했다.
협상을 마치고 나온 황상기 씨와 반올림 측은 삼성의 보상위원회 제안을 거부했으며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 문제와 사과를 논의하느라 재발방지대책에 관해서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상기씨는 "보상위원회 제안을 거부했다"며 "삼성이 반올림과 직접 협상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올림 공유정옥 간사 역시 "보상위원회를 만들고 협의하느라 긴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는 지금 드러나 있는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보상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직접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3차 협상에서 현재 협상에 참여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보상을 먼저 논의한 뒤 그외 제보자들로 확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 외 제보자들에 대해선 보상 기준과 대상자를 선정하기 어려운 만큼 공신력 있는 전문기구를 통해 대상 질병 등을 정한 뒤 보상의 대상과 수준 등 보상 기준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보상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사과 부분에 대해서도 반올림 측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측은 사과 문제만 놓고 협상 시작 후 2시간30분동안 논의를 이어갔을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황상기 씨는 "지난 3차 교섭때 삼성 측에 사과를 준비하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이 때문에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반올림 측은 협상에 참여한 8명 외에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한 근로자에게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삼성 측에 의사를 밝혔다.
공유정옥 간사는 "저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신속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삼성이 진전된 안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견차 커져 협상 장기화될듯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미 이뤄졌고, 다시 보상위원회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산재 보상 신청자 모두에게 보상이 이뤄질 수 없고, 재발방지와 관련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백수현 전무는 "반올림은 2시간30분동안 개별 항목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는데, 사과문제에 매달리면 논의가 진전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며 "삼성은 권오현 부회장이 사과에 나섰고, 이인용 사장도 직접 반올림 앞에서, 제가 수석대표로서 협상을 시작하며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고 설명했다.
산재 신청한 근로자를 모두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백수현 전무는 "산재보상을 신청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하라는 것이 반올림측의 요구사항"이라며 "산재 신청 사실만으로 보상을 할 수는 없는 만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위해 보상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발방지와 관련해서는 필요하다면 생산라인의 안전관리 현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불안감과 오해를 해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며 "독립적·전문적인 제 3의 기구를 통해 종합진단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측의 4차 협상끝에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양측의 협상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양측 5차 협상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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