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외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진앙지인 미국에서 소송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양측이 전향적인 태도로 소송 철회에 나서면서 세기의 특허전도 종지부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6일 삼성전자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양사가 진행해온 모든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합의는 양사간 특허 라이선싱 협의와 관련한 것은 아니다"며 "미국에서 특허소송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은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발발했다. 이후 양사 소송은 미국을 비롯해 한국·독일·일본·이탈리아·네덜란드· 영국·프랑스·호주 9개국 30여개 소송으로 확전됐다.
그러나 양사는 앞서 지난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취하하했다. 애플은 지난달 말 자사가 승소한 미국 1차 소송의 항소를 취하했다.
이 같은 온기류가 형성되면서 양사가 합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잇따른 미국 출장도 삼성과 애플이 화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도 팀 쿡 애플 CEO와 회동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엔 미국 시애틀로 출국했다. 업계에선 이 출장에서 이 부회장과 팀 쿡 CEO가 이번 사안에 최종 합의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中의 습격···자존심보다 실리 택해
이번 합의는 양측이 불필요한 소모전 대신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모으는게 낫다는 데 교감을 나눴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샤오미·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회사는 자존심싸움에 시간과 돈을 소비하기보다는 사업 자체에 회사 역량을 모으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는 점유율 14%로 삼성(12%)과 레노버(12%)를 앞섰다.
또 애플 입장에서 삼성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비표준 특허에 대해 인정을 받았고, 구글·시스코 등 업체들과 크로스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남은 두 회사간 소송은 미국에서 벌어지는 삼성·애플 간 1차 소송에 대한 삼성의 항소다. 또 다른 특허와 제품으로 지난 3월 말 시작된 2차 소송이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양사의 합의 기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내의 소송도 합의 하에 철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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