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삼성전자와 백혈병 보상안을 논의중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협상단 내에서 공식 창구와는 별도로 논의하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협상단에 포함된 유족 8명 중 5명이 삼성과 피해 보상 논의를 별도로 하겠다고 선언한 것.
반올림 측 협상단 내부에 이처럼 이견이 발생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보상 논의는 새국면을 맞게 됐다.
13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여섯 번째 만남을 갖고 협상을 이어갔다.
이날 삼성전자 측에서는 커뮤니케이션팀 백수현 전무, 백수하 상무 등이, 반올림 측에서는 황상기(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 아버지)씨, 이종란·임자운 반올림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백수현 전무는 "현재 협상에 참석하고 있는 가족 5명이 (반올림과는 별도로) 보상 논의를 우선적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필요하면 실무 협의도 별도로 가질 수 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5명 중에는 유족 대표자격으로 나서왔던 황상기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족 5명의 제안은 삼성전자 내 반도체 사업장 환경 감시 및 노조 설립 등 노동 문제 전반을 함께 논의하려는 기존 반올림 활동가 및 일부 유족들과는 다른 행보여서 눈길을 끈다.
백 전무는 "협상 당사자들이 두 갈래로 다른 입장을 밝혀와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나머지 세 분도 논의에 참여해주길 바라고 통일된 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밝혔다"고 말했다.
◆반올림 "보상 대상 확대하라"
이날 반올림측은 산재 신청을 한 33명의 명단을 삼성에게 전달하며 보상 대상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삼성 측은 ▲소속회사 ▲질병의 종류 ▲재직기간 ▲재직중 담당업무 ▲퇴직시기 ▲발병 시기 등 여섯 가지 기준에 따라 보상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들 앞에 나선 황상기씨와 반올림 이종란 활동가는 "삼성이 진전된 안을 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들은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는 5명의 유족들과는 입장이 다른 쪽이다.
황 씨는 "반도체, LCD 공장에 다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은 200여명에 이르는 등 이보다 상당히 많다"라며 "우리는 이들과 함께 끝까지 보상을 함께 받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 측은 재발방지와 관련해서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설립해 종합 진단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다음번 협상 때 기관을 어떻게 선정할 지에 대해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백 전무는 "제 3의 기관이 종합 진단을 실시하면 (백혈병 발병 문제 등) 예방과 관련된 쟁점을 양측이 납득할 수 있게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진지하게 검토해 회사의 입장을 마련하고 협상이 조기 타결될 수 있게 하겠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황 씨는 "삼성전자가 사과 문제와 관련해 양보를 하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안건에서도 나중에 논의하자고 해 별로 진전된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종란 노무사(반올림 활동가)도 "삼성전자가 제시한 안은 없었고 (매번) 똑같은 주장만 하고 있다"며 "투명한 진단을 위해 독립적인 기관을 제시하라고 (우리에게) 공을 넘겼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오는 9월3일 7차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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