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5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양측의 간극을 증명하듯 초반부터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김현숙 대변인 등은 오후 4시30분께 국회 본청 2층에 위치한 당 공보부대표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곧이어 도착한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 등 유가족 대표단은 입장을 거부했다. 당초 원내대표실에서 만남을 갖기로 했는데, 새누리당 측에서 임의로 장소를 변경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 의장이 설득에 나섰지만 유가족들은 "약속과 다르다. 원내대표실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느냐", "원내대표실로 오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이 원내대표 등은 원내대표실로 다시 장소를 옮겼다.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에게 "이곳(원내대표실)은 아침 회의를 주재할 때나 쓰고 너무 휑해서…. 우리끼리 단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이따가 밥도 먹고 하려고 저쪽(공보부대표실)로 모셨던 것인데 미안하다"며 "이 방을 원한다면 언제라도 좋다"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양측은 원내대표실에 자리를 잡았지만 유가족 측이 주 의장과 김 원내수석부대표의 퇴장을 요구하면서 신경전에 더욱 불이 붙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주 의장, 김 수석부대표 보고 싶지 않다. (주 의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교통사고로 표현한 사람이고, 김 수석부대표는 자꾸 일반인 유가족들과 만나 우리를 이간질했다"며 "이 자리에서 빠지라. 나는 원내대표만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수석부대표가 "이간질한 것 하나도 없다"고 맞받았다. 그럼에도 퇴장 요구가 거듭되자 김 수석부대표는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이 원내대표가 만류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이 4번이나 찾아와 이야기를 들은 게 전부"라며 "단 한 번도 희생자 유가족 만나기를 거절한 적이 없는데 어떤 근거로 이간질을 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주 의장도 "제가 한 말의 앞뒤를 다 들어보시면, 이 사건을 유례없이 비통하고 슬픈 사건이고 진상도 밝혀져야 하지만, 손해배상의 문제로 들어가면 교통사고 법리가 적용돼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며 "진심을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그런 말이 나올 시기에 나왔다고 보시느냐. 진상규명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배·보상에 대해 이야기해서 유가족들을 아프게 했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공방이 이어지자 이 원내대표가 나서 "이유야 어찌됐든 서로 본의 아니게 오해가 있어 원내대표로서 미안하다. 오해 가진 거 있으면 푸시라"고 유가족들을 달랬다. 이어 "오늘 잘 오셨고 말씀 잘 하셨다. 툭툭 털어버리고 진실된 이야기를 하자"고 덧붙였다.
이후 양측은 오후 5시께부터 비공개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세월호 정국에 대한 해법이 도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현행 헌법과 형사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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